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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내수 살리기 ‘바이 아메리카’에 오히려 근심 커진 미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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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내수 살리기 ‘바이 아메리카’에 오히려 근심 커진 미 산업계

입력
2023.02.22 22: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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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산업, 미국산 부품 비중 최소 55%→60%
산업계 "미 업체서 사고 싶어도 살 게 없다" 울상

1월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코빙턴에 위치한 클레이-웨이드-베일리 다리 밑에서 기반 시설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월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코빙턴에 위치한 클레이-웨이드-베일리 다리 밑에서 기반 시설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수 살리기’를 위해 야심 차게 꺼내 든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가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구호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으려면 미국산 부품을 써야 하는데, 미국 시장에 풀리는 ‘물량’ 자체가 없다는 이유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오히려 기반시설(인프라) 사업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바이 아메리카’는 미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에 들어가는 건설자재 중 미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개념상으론 1933년에 처음 고안됐지만, 팬데믹으로 위축된 경기를 다시 살리겠다며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55%였던 미국산 부품의 비중을 60%까지 올렸다. 국정연설에선 목재·유리·구리·광섬유·건식 벽체 등 미국산을 써야 하는 자재의 종류까지 명시했다. 6년 안에 '미국산 비율 규정 75%까지 확대'를 목표로 내걸기도 했다. 이를 두고 WP는 “(바이 아메리카 비율 확대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제조업을 활성화시켜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좋지 않다. 미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해 침체된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내수 경제에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탓이다. 미 공급업체들이 도로와 교량, 항구를 짓는 데 필요한 자재를 거의 생산하지 않아 부품의 과반을 국내산으로 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한 공공부문 사업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최근 미 교통부는 “바이 아메리카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선박 리프트 등 수입 화물장비 구입에 연방정부 인프라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항만 당국의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수입산 부품 사용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미국 항만당국협회(AAPA)에 따르면, 일부 소규모 화물 장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전기 장비는 해외에서 생산된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전기 장비를 쓰라는 정부 권고 때문에 해외 의존도가 비교적 낮은 장비로 교체하기도 어렵다.

이미 많은 산업이 세계 공급망 침체로 허덕이는 가운데, 고충만 가중시킨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대부분의 부품을 일본과 독일에서 수입하는 도로·철도 부문도 공사가 몰리는 봄철을 맞아 작업에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공급망 침체로 도로 안전선 도료 등의 납품이 더딘데, 조건을 맞추기 위해 얼마 없는 국내 제조사도 찾아야 할 판이다. 짐 맥도넬 미국 표준화기구 주도로및교통 행정관협회(AASHTO) 기술이사는 “지금으로선 대응이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강도 높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당국에서는 사안별 특수성을 감안, 면제 대상을 정할 계획이지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WP는 "정부의 내수 진작 목표는 수십 년간의 자유 무역 기조와 상충하고 있어 (바이 아메리카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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