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내야수 강백호(24·KT)가 시련을 겪고 단단해진 모습이다. 배팅 연습 때마다 큼지막한 타구를 펑펑 날리고,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9타수 4안타(1홈런)로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는 등 ‘야구 천재’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다.
강백호는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대표팀 훈련을 소화한 뒤 “잘 준비하고 있다”며 “예전보다 훈련량을 늘려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대회에 들어가서는 더 잘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백호는 2023 WBC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2년 전 2020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야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기 때문이다. 당시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색이 짙어진 8회초에 더그아웃에 있던 그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경기를 포기한 듯한 모습이 TV 중계에 잡히면서 국민적 분노를 샀다. 중계를 하던 박찬호도 “보여줘서는 안 될 모습을 보였다”고 꾸짖었다. 2018년 데뷔 후 성공가도를 달렸던 강백호에게 예고 없이 찾아온 시련이었다. 올림픽을 마친 뒤 비판 여론을 의식한 그는 KBO리그 경기 중 한동안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뛰었다.
강백호는 지난 실수를 떠올리며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이번 대회에선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명예회복을 위해 태극마크의 의미도 다시 새겼다.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며 “남은 훈련 기간 준비를 더 잘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강백호의 역할은 지명타자 또는 주전 1루수 박병호(KT)의 백업이다. 소속팀에서는 주축 타자지만 최고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에서는 중심 타선보다 하위 타선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강백호는 “타순은 어느 위치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필요한 만큼의 긴장감을 항상 유지한 채 경기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제대회에서 일본은 강백호가 한 번도 넘어보지 못한 벽이다. 2019 프리미어12 순위결정전과 결승전, 2020 도쿄올림픽 준결승에서 세 차례 만나 모두 패배의 쓴 맛을 봤다. 이번 WBC에서도 내달 10일 숙명의 한일전이 예정돼 있는데,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등 메이저리거를 포함한 '역대급' 전력을 꾸렸다. 강백호는 “우리도 메이저리거(김하성·토미 에드먼)가 함께 뛴다”며 “미국에서 뛰는 일본 선수들도 같은 선수다.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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