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산회 뒤 전해철 위원장을 찾아 인사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국회가 법안 처리를 재고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전날 이 장관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되는 입법"이라고 철회를 요청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재차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 장관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노동정책과 법 집행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오늘 환노위에서 통과된 개정안이 과연 노조법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남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고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하청 노동자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닌 원청 사용자에 대해서도 파업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쟁의행위의 범위도 일부 확대했다. 또 쟁의행위에 따른 사측의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기 위해 법원이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인 책임 범위를 정하게 했다.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왼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전해철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항의하며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와 국민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용자 개념이 추상적으로 확대되면서 사용자가 스스로 사용자인지 알 수 없게 돼, 법치주의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면서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면 교섭체계도 흔들리고, 사법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률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까지 쟁의할 수 있게 돼 실력 행사에 의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주장했다.
법 개정의 결과물이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이 장관은 "제도적 불안정성과 현장의 혼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일부 조직 노동자는 과도하게 보호받지만,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는 그렇지 못해 양극화는 심해지고 기업의 투자위축, 청년 일자리 감축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이 장관의 반복된 반대 메시지에 대해 이날 국회 환노위 회의장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연일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법안소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한 법안의 취지를 왜곡하고 폄하하는 행동"이라며 "노동계 출신인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환노위 위원장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도 "장관의 행동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반대할 수 있지만, 대화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법사위로 넘어가게 됐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어 야당 단독 의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60일의 계류기간이 지나면 환노위에서 본회의로 직회부할 가능성이 있다. 규정상 상임위 재적위원의 5분의 3이 찬성하면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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