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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범죄자에 오염된 영국 소년들... 결국 학교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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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범죄자에 오염된 영국 소년들... 결국 학교가 나섰다

입력
2023.02.20 18: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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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피해자도 책임' 망언 앤드루 테이트
일부 영국 학생들 "테이트가 롤모델" 옹호
"성평등 교육 시급"... 왜곡된 인식 바로잡기

극단적 '여성 혐오주의' 발언을 쏟아냈던 미국인 앤드루 테이트. 그는 지난해 12월 인신매매 및 강간 등의 혐의로 루마니아에서 체포됐다. AP 연합뉴스

극단적 '여성 혐오주의' 발언을 쏟아냈던 미국인 앤드루 테이트. 그는 지난해 12월 인신매매 및 강간 등의 혐의로 루마니아에서 체포됐다. AP 연합뉴스

'여성 혐오주의자'로 악명 높은 한 영국계 미국인 인플루언서(유명인) 때문에 영국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그가 쏟아냈던 극단적인 여성 혐오 발언이 학생들과 교육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상치 않아서다. 왜곡된 성(性)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일념 아래, 영국에선 일반 과목 교사들까지 '성 평등 교육'에 나서고 있다.

'여성 혐오자'에 물든 영 소년들 "페미니즘은 독"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전역 학교의 교사들 사이에선 이른바 '반(反)앤드루 테이트' 운동이 한창이다. 킥복싱 선수 출신인 앤드루 테이트(36)는 온라인 동영상 등을 통해 "여성은 집에나 있어야 한다" 같은 여성 혐오 발언을 쏟아내 왔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영국에 거주했던 이력 탓에 영국에서 영향력이 더 큰 인플루언서다.

테이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어는 514만 명에 달한다. 최소 6명을 상대로 인신매매와 강간 등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12월 루마니아에서 체포돼 현재 구금 중이지만, 슈퍼카를 타는 호화로운 생활을 자랑하기도 했던 그를 '추종'하는 세력은 여전히 많다.

특히 테이트에 의한 '오염' 흔적은 어린 학생들한테서 많이 발견된다. 영국 학교에선 극단적인 '여혐' 발언이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한테도 책임이 있다"는 테이트 발언에 동의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예 "테이트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학생까지 등장했다. 일부 학생은 수업 시간 중 '임신중지(낙태)'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 웃음을 터뜨리거나, "페미니즘은 유해한 독"이란 말도 대수롭지 않게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심지어 학생들은 "여성은 어떤 권리도 없으며, 결정은 남자가 내려야 한다"는 테이트의 망언까지 서슴없이 따라하고 있다. 이런 발언들이 기껏해야 11~16세 정도인 청소년들 입에서 나온 탓에, 교사들이 받는 충격도 매우 크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나쁜 영향력 없애야"... 교육계, 성평등 교육에 고심

사실 영국 교육 현장에선 일찌감치 이런 상황을 우려해 왔다. 일선 학교 교장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내 테이트의 '나쁜 영향력'을 경고했다. 길리언 키건 교육장관까지 나서 "테이트 같은 영향력 큰 사람이 성차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의 영어교사인 클로이 스탠턴은 NYT에 "테이트가 한 세대를 무서울 정도로 세뇌시키고 있다"며 "학생들은 그의 부유함을 근거로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탠턴은 교직 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에게 "선생님은 남편 허락을 받고 일하느냐"라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했다.

교육계는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이미 영국 학교에선 성교육이 의무화됐지만, 보다 심화된 성평등 교육을 위해 교사들이 먼저 나서는 분위기다. 런던 북동부의 에핑 세인트 존스 학교에선 학생들의 신망을 얻는 남자 교사 3명이 주축이 되어 '여성 혐오'에 맞서는 법을 배우는 수업도 만들었다.

이 수업의 초점은 테이트를 무작정 따르는 사춘기 소년들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맞춰졌다. 교사들은 "테이트의 인식이 사회의 상식에선 한참 벗어난다는 걸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테이트의 절대적 영향력을 제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얘기다.

성범죄 관련 교육 등을 제공하는 'RAP(Raising Awareness and Prevention·인식 제고 및 예방) 프로젝트'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학교도 늘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일부 남성의 여성 혐오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테이트의 영향력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여성 혐오 문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작년부터 RAP 프로젝트로 '테이트 사태'를 해결하려는 학교들의 신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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