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공문 초안 작성에 유용"
尹 대통령 지시로 본격 활용
경찰이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국제공조 업무에 도입하기로 했다. 외국 경찰에 수사공조 등을 요청할 때 영어에 특화된 챗GPT의 ‘작문’ 실력을 일부 활용하는 방식이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 관계자는 20일 “해외 경찰당국에 보내는 수사공조 요청 공문을 작성하는 업무 등에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공조 업무 프로세스는 이렇다. 전국 일선 경찰서가 수사를 진행하다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했거나 관련 서버가 외국에 있어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관련 내용을 정리해 관할 시ㆍ도청 외사과로 보낸다. 이후 시ㆍ도청 1차 검수를 거쳐 본청에 접수한 뒤 인터폴국제공조과가 영문 공문을 작성해 해외 경찰당국에 보내는 구조다. 이 관계자는 “수사공조 요청 공문 초안을 챗GPT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챗GPT에 수사공조 요청 서한문을 영문으로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자 약 25초 만에 답변을 내놓았다. 챗GPT는 기관끼리 주고받는 공문의 성격에 맞게 ‘Dear(~께)’, ‘Sincerely(진심으로)’ 같은 격식 표현을 사용했다. ‘[받는 사람]’, ‘[범죄 사실]’ 등의 공백만 채워 넣으면 손쉽게 공문을 작성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챗GPT가 공문의 기본 ‘틀’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일선 수사팀이 1차로 작성한 영문 공문을 검증ㆍ수정하거나, ‘전세 사기’ 같은 고유 용어를 적합한 영어 표현으로 바꿀 때도 챗GPT의 쓰임새가 많다고 한다.
경찰이 챗GPT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나선 건 이달 초부터다. 지난달 27일 행정안전부 등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무원들이 (챗GPT를)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경찰은 보안을 이유로 외부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챗GPT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사용할 수 있고, 개인ㆍ수사정보 등을 입력하지 않아도 돼 보안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이후 윤희근 경찰청장 보고를 거쳐 일부 실무부서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사이버범죄 등 초국경 범죄가 증가하면서 국제공조 업무도 늘고 있는데, 챗GPT 도입으로 업무 신속성 및 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터폴국제공조과가 작성한 공조 관련 영문 문서는 3,205건에 달했다. 소속 직원 한 명당 약 400건의 문서를 작성한 꼴로 챗GPT가 업무 경감에 도움을 줄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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