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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서해 바다 밑 2㎞ 뚫는다… 6년 뒤 이산화탄소 영구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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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서해 바다 밑 2㎞ 뚫는다… 6년 뒤 이산화탄소 영구 저장

입력
2023.02.20 17:00
수정
2023.02.20 17:4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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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늦어진 군산분지 온실가스 저장 준비

지난해 7월 1일 전남 신안에서 서해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에 활용할 시추 플랫폼 완공식이 열리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지난해 7월 1일 전남 신안에서 서해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에 활용할 시추 플랫폼 완공식이 열리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국내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서해 바다 밑 지층에 영구히 저장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처음으로 오는 4월 해저 시추를 나간다. 20일 지질연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 군산항에서 약 165㎞ 떨어진 서해 대륙붕 군산분지의 심부 퇴적지층을 유력한 저장소로 지목하고 이곳에 자체 개발한 시추 플랫폼을 4월 중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5월부터 6~8개월 동안 2개 지점을 시추해 저장소로 가능성이 확인되면 사업 설계와 설비 구축을 거쳐 2029, 30년쯤 실제 이산화탄소를 주입할 수 있을 것으로 지질연은 내다보고 있다.

해저 지층에 구멍을 뚫기(시추) 위해 바다 위에 설치하는 플랫폼 제작이 완공된 건 지난해 7월이다. 당초 가을에 플랫폼을 바다로 싣고 나가 시추를 시작하려 했는데, 인허가 절차와 기상 여건 때문에 해를 넘겼다. 서해 이산화탄소 저장 추진 일정이 반년가량 지연된 것이다. 김구영 지질연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연구센터장은 “올 연말까지 우선 2㎞ 깊이로 시추공 2개를 뚫고, 장기적으로는 군산분지에서 이산화탄소 총 1억 톤 규모의 저장 구조를 찾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는(CCS) 기술은 정부가 제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들어 있는 주요 탄소 감축 수단이다. NDC와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간 최대 1,030만 톤, 2050년까지 6,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국내외 땅속에 묻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상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선박이나 배관으로 이송해 해저 땅속에 저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개념도. 글로벌 CCS 연구소 제공

지상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선박이나 배관으로 이송해 해저 땅속에 저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개념도. 글로벌 CCS 연구소 제공

한국석유공사가 해저 지중 저장을 준비하고 있는 동해 대륙붕 울릉분지에는 군산분지보다 앞선 2026년쯤 이산화탄소를 주입할 계획이다. 시추탐사부터 해야 하는 군산분지와 달리 울릉분지는 생산이 중단된 가스전이 있어 저장 가능성이 이미 확인됐기 때문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2030년까지 군산분지에는 연간 100만 톤, 울릉분지에는 연간 4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묻을 예정이다. NDC를 감안하면 일정이 빠듯한 데다 저장량이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다. 김 센터장은 “기업들이 나서서 국외에서도 저장소를 찾고 있다”며 “국가 간 협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나서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CS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다. 먼바다에 나가 해저를 1㎞ 넘게 파고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밀어 넣는 시도 자체가 처음인 데다, 비용에 비해 저장량이 많지 않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안전성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해 완공된 뒤 해저 이산화탄소 저장소 탐사에 나가기 위해 전남 신안에 대기하고 있는 해양 시추 플랫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지난해 완공된 뒤 해저 이산화탄소 저장소 탐사에 나가기 위해 전남 신안에 대기하고 있는 해양 시추 플랫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문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지 않는 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어떻게든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 역시 CCS 도입에 나섰다.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호주 등은 이미 대규모 CCS 시설을 운영 중이다. 일본도 2050년까지 연간 이산화탄소 2억4,000만 톤을 넣을 저장소를 확보하기로 하고, 민간기업 보조금 지급과 면책을 담은 CCS법을 연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현시점에서 CCS가 비용 경쟁력이 높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기술 혁신과 규모 확장을 거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논설위원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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