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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를 통한 갈등 해결, 에너지공동설계프로그램(K-ESTEEM)

입력
2023.02.21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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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기업만 수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국제 사회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대상 지역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주민이익 공유제 등 수용성 향상을 위한 대안이 마련되었지만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지난 2020년 한국형 신재생에너지 수용성 향상 및 갈등예방 메커니즘(K-ESTEEM)을 개발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프로젝트의 사회적 수용성 향상을 위해 고안된 유럽연합(EU)의 갈등 예방 메커니즘(ESTEEM)을 국내 상황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EU ESTEEM은 지역 에너지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우려와 기대를 파악하고 프로젝트 수행에 장애가 되는 문제들에 대해 이해관계자, 사업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소통 프로그램이다. 유럽에서는 경관과 조화되는 태양광 디자인을 마련해 태양광 프로젝트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에서 12월까지 에너지 전환포럼에서 실행한 K-ESTEEM 실증 사업은 K-ESTEEM의 효용성을 보여주었다. 경기 여주와 양평, 전남 영광군에서 진행된 실증사업은 지역 주민들이 사업자와 더불어 태양광 사업을 계획단계부터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사업자와 지자체 인허가 담당자가 일방적으로 입지를 결정하고,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된 뒤 경관 훼손을 이유로 사업 반대에 나서며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K-ESTEEM이 제공하는 대안포트폴리오 워크숍에서 이해관계자 주민들은 사업자에게 지역 경험에 근거한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었다. 사업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주민들이 제기하고 이를 사업 계획 수정에 반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민 우려와 그에 대한 대안이 반영된 수정 사업안은 지역 갈등을 사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실증 기간 주민 역량 강화 사업으로 진행된 유사 설비 견학과 타 지역 협동조합 사업자와의 미팅은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긍정적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이익 공유에서도 지역에 맞는 방식을 주민들이 선택하게 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종합적으로 실증사업은 K-ESTEEM이 사업자와 이해관계자들 간의 공동 사업 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해 줘 갈등 예방 기능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실증 사업을 통해 K-ESTEEM이 본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능력 있는 컨설턴트의 양성, K-ESTEEM 의무 이행 제도화 노력이 필요함도 확인됐다. K-ESTEEM의 제도화로 지역 갈등이 효과적으로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박진희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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