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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세계 첫 무인 자율주행 택시... "빠르고 똑똑한데, 뭔가 이질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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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세계 첫 무인 자율주행 택시... "빠르고 똑똑한데, 뭔가 이질적이야"

입력
2023.02.21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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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심야운행하는 로보택시 '크루즈'

지난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서부 지역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GM의 무인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지난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서부 지역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GM의 무인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밤 10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도심. 거리를 채웠던 사람들이 하나둘 귀가하는 시간. 도시가 잠들어가는 이때, 이제서야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텅 빈 도로로 나선 택시들이 있다. 이 택시들은 운전석에 사람도 태우지 않고 무인 자율주행을 한다. 바로 지난해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로보택시(robotaxi) 크루즈(Cruise)다.

크루즈는 매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샌프란시스코 북서부 지역에서 사람 택시기사를 대신해 손님을 맞는다. 크루즈는 실제로 승객에게 요금을 받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세계 최초의 로보택시다.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운영을 맡는다.

크루즈가 운행을 시작하는 밤 10시 이후 크루즈 애플리케이션을 켰을 때 화면(왼쪽 사진). 지도에 이용 가능한 지역이 밝게 표시돼 있고, 크루즈 차량들의 현재 위치도 나와 있다. 크루즈가 호출 지점에 도착한 뒤 앱에서 문 열기 버튼을 클릭하면 차량 문이 열린다. 크루즈 화면 캡처

크루즈가 운행을 시작하는 밤 10시 이후 크루즈 애플리케이션을 켰을 때 화면(왼쪽 사진). 지도에 이용 가능한 지역이 밝게 표시돼 있고, 크루즈 차량들의 현재 위치도 나와 있다. 크루즈가 호출 지점에 도착한 뒤 앱에서 문 열기 버튼을 클릭하면 차량 문이 열린다. 크루즈 화면 캡처


탑승 방식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하는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Uber)와 동일하다. 앱으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하고 택시를 부르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크루즈가 배차된다. 아직은 운용 차량이 적어(30대), GM은 대기 명단에 등록한 이들에게 순차적으로 이용 자격을 준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일주일쯤 지나자 접근 코드가 메일로 전달됐다. 드디어 기계의 야간운전 실력을 체험해 볼 시간. 16일(현지시간) 밤 10시가 되자마자 크루즈를 호출해 봤다.



교통법규 따르며 조심조심 주행하지만... 아찔한 순간도

밤 10시에 앱을 켜자 운행 차량들의 현재 위치가 화면 속 지도에 표시됐다. 한 대형마트에서 다른 대형마트로 출·도착지를 설정하고 호출을 눌렀더니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5분 거리의 크루즈 한 대가 바로 배차됐다. 예상 도착 시각은 배차 확정 시각부터 약 30분 후인 10시 34분, 비용은 15.15달러로 안내됐다. 사람이 모는 우버로 같은 경로를 호출했더니 10분 빠르게 도착하고, 예상 요금은 15.97달러다. 우버와 비교하면 시간은 약간 더 걸리지만 요금은 거의 비슷하다는 뜻이다.

에이스(Ace)란 이름을 가진 크루즈는 6분 뒤 호출 지점으로 왔다. 슬금슬금 조심해서 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에이스는 제법 빠르게 달려와 도착 지점에 탁 멈춰선 뒤 비상등을 바로 켰다. 앱 화면엔 도착 알림과 함께 "5분 내 탑승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크루즈의 차 문은 앱으로 직접 열어야 한다. 뒷좌석 문 앞에 서서 앱의 문 열림 버튼을 클릭하자 '딸깍' 하고 잠금이 해제되며 손님 맞을 채비를 했다.

크루즈는 앞자리와 뒷자리 사이가 유리벽으로 완벽하게 막혀 있다. 아무도 타지 않은 운전석의 스티어링휠(운전대)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또렷이 볼 수 있지만, 승객이 운전에 절대 관여할 수 없다. 탑승 가능 인원은 뒷좌석에 2명까지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운전석과 보조석 뒤에 달린 터치스크린에서 '출발' 버튼을 클릭하자, 크루즈가 부드럽게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로보택시는 말 그대로 로봇처럼 움직였다. 신호와 표지판 등 도로 위 정해진 규칙을 충실히 따르며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캘리포니아 교통법규에선 멈춤(Stop) 표지판이 나오면 3초간 정지했다 가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사람 운전자들은 주변에 차가 없을 경우 1, 2초만 섰다 가는 경우도 많지만, 크루즈는 칼같이 3초를 지켰다. 이날 달린 도로의 규정 최고속도는 시속 40마일(약 64㎞)이었는데, 크루즈는 시속 35마일(약 56㎞)을 넘기는 법이 거의 없었다.

크루즈는 운전석과 보조석에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 자율주행 택시다. 앞좌석과 뒷자석은 유리벽으로 막혀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크루즈는 운전석과 보조석에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 자율주행 택시다. 앞좌석과 뒷자석은 유리벽으로 막혀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20분 주행 중 가장 놀라웠던 건 돌발상황에서의 대처였다. 1차로 주행 중 비상등도 켜지 않고 멈춰 있는 차량을 만났을 때, 크루즈는 약 2초 정도 기다리더니 융통성을 발휘해 반대 차로로 넘어가 앞차를 추월했다. 사람 운전자처럼 반대 차로과 앞쪽 교통 상황까지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위험해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빨간 신호에 걸려있을 때 가만히 멈춰 있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는가 하면,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할 때 차로를 지키지 않고 차선을 습관적으로 물고 들어갔다. 보행자가 횡단보도 근처에서 크루즈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을 때는, 사람을 인식하고 급정거를 해 오히려 보행자를 놀라게 한 일도 있었다. 이 보행자는 주저하다가 종종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타깃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니아가 무인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에 탑승하고 있다. 밤에 택시를 자주 타는 그는 "우버보다 사람을 마주칠 필요가 없는 로보택시가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타깃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니아가 무인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에 탑승하고 있다. 밤에 택시를 자주 타는 그는 "우버보다 사람을 마주칠 필요가 없는 로보택시가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첫 탑승 소감은 "기대 이상"

설정했던 도착지점에 도착해 '탑승 종료' 버튼을 누르자 크루즈 첫 이용 경험이 끝났다. 전반적으로 크루즈의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타기 전엔 '한 번 타고 말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라면 또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도착지점인 대형마트에서 다른 크루즈를 이용했던 마트 직원 니아는 "로보택시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거의 매일 퇴근 시 크루즈를 불러 탄다는 그는 "밤 늦게 우버를 타는 것보다 사람을 마주칠 필요 없는 로보택시가 훨씬 안전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GM은 크루즈의 운영 지역과 시간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 역시 로보택시 운행 허가를 얻고 무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샌프란시스코시는 안전을 이유로 로보택시를 더 늘리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라, 무인 서비스가 낮 시간에 샌프란시스코 다른 지역까지 확대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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