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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 저 당 다 꼴보기 싫다면, 국회의원 수를 늘려라

입력
2023.02.22 15:30
수정
2023.02.26 19:2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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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혁 어디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시민이 기표함에 표를 넣고 있다. 오대근 기자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시민이 기표함에 표를 넣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 당에 실망해 저 당을 찍었는데 달라진 게 없는 이 꼴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유권자 상당수는 이런 고민을 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못마땅한데 제3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없으니 못 찍겠다는 고민이다. 이쯤 되면 선거제가 문제로 보인다. 나를 대변할 다양한 정당이 안 보이고 의석수가 득표에 비례하지 않는 문제에 더해 양당의 대립이 격화하는 것까지 선거제를 개혁해야 할 이유로 꼽힌다. 요즘은 정치인들이 먼저 양당의 승자 독식 문제를 짚는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의 정치는 최악이다. 극단적 지역구도가 바뀌지 않았는데 심각한 팬덤정치가 새로 등장했다. 국민들은 극단적 분열과 대립에 빠져있다”(14일 대화문화아카데미 선거법 개정 대화모임)고 했다. 제3당, 제4당이 원내에 진입하도록 해 연정의 국회를 만들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해지리라는 여기에 동의한다면, 이를 가능케 할 선거제는 무엇일까.


중대선거구제, 소수정당 진입 가능케 할까

선거법 개정을 논의 중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4가지 선거제 개혁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올린 중대선거구제와 관련해 도시에선 4~9인, 인구가 희박한 농어촌에선 3인을 뽑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법안들이 있다. 선거구를 키워 후보 다수가 당선되게 하자는 이 아이디어는 너무 많은 사표를 양산하고 양당이 독식하는 정치현실을 바꿔낼 이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선거구제가 시행되면 정당은 다양한 후보들을 복수공천하게 될 것이고 소수정당 진입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당의 지역 독점도 완화할 수 있다. 법안 발의자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2006~2012년 부산에서 세 번 출마해 47.6%를 득표하고도 낙선한 자신의 사례를 든다. 중대선거구라면 영남에선 민주당이, 서울에선 국민의힘이 의석을 일부 가져가면서 지역구도가 완화하고 사표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도 “지역구 의석을 줄이거나 비례 의석을 증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득표율 8.4%P 차이로 2배나 되는 163석을 가져갔는데,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한다면 양당이 타협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양당이 타협 가능하고 제3당에도 문호를 여는 아름다운 안이 현실화하는 걸까.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논의 중인 선거제 개혁안


1.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지역구 선거구당 1명을 뽑고 비례는 정당별 득표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 20대 총선 이전의 선거제.

2.소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역구 선거구당 1명을 뽑고 비례는 정당별 득표에 따르되 지역 의석 수를 감안해 분배하는 방식. 현행 선거제와 같지만 비례 의석 확대 등 개선.

3.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역구 선거구당 4~9인(인구 희박한 농어촌은 3인)을 뽑고 비례는 정당별 득표에 따르되 지역 의석 수를 감안해 분배하는 방식.

4.개방형 비례대표제
정당별 득표에 따라 의석을 분배하지만 당선자는 후보별 득표에 따라 결정(개방형 명부)하는 방식. 권역별 선거구당 5~10인(또는 6~11인)을 개방형 명부에서 뽑고 의석 조정을 위한 전국단일선거구도 병행.

아름답지 않은 현실… 부작용 많아

그러나 정치학자들이 보는 중대선거구제는 아름답지 않다. 오히려 한결같이 문제 많은 제도라고 지적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소선거구제에선 정당 레이블에 따라 유권자가 선택하지만 중대선거구에서 정당들이 3, 4명을 복수 공천하면 유권자들은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른다. 그러면 후보들이 개인 선거운동을 하게 되고 사조직과 돈을 동원하며 파벌정치로 이어진다. 일본도 이런 문제 때문에 닫았다”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극단적 군소정당이 당선되면 오히려 연정이 안 된다”며 “이스라엘이 중동평화협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배경에도 이런 정치적 불안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례성 확대라는 목표 구현조차 불확실하다. 인물 중심의 선거여서 현역 의원들이 나눠먹는 결과로 끝나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초의원 선거 때 30개 선거구에서 3~5인 선거구제가 시범실시됐는데 당선자 109명 중 96.3%(105명)가 양당 후보들이었다. 소수정당 후보 3.7%(4명) 당선은 2~4인 선거구보다는 높은 확률이지만, 얼마나 큰 의미인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행의 구체적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현행 선거구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게리멘더링(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획정하는 것) 소지가 크다. 인천(현재 13석)이라면 중대선거구 2개로 나뉠 텐데 그 획정이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고, 교통, 경제권, 생활문화권을 고려해 나누기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그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드러날 문제가 한둘이 아닌데 왜 안 하나. 이건 탁상공론”이라고 질타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개특위는 4가지 선거제 개혁안 중 곧 복수안을 추릴 예정이다. 뉴스1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개특위는 4가지 선거제 개혁안 중 곧 복수안을 추릴 예정이다. 뉴스1


정말 괜찮은 제도는 개방형 비례대표제

대선거구제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취할 수 있는 더 좋은 제도는 사실 300명 의원을 모두 비례대표로 뽑는 ‘전면적 비례대표제’다. 낯설게 느껴지지만 실제 발의된 법안들은 권역(대선거구)별로 5~10명 또는 6~11명씩, 개방형 명부에 오른 후보들을 찍도록 해 현행 지역구 선거와 흡사한 면이 있다.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면적 비례대표제는 비례성 강화와 다당제 산출 효과가 가장 큰 방안이며 민의를 왜곡할 요소가 없다”고 단언했다.

정당이 정한 순서대로 당선되는 폐쇄형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후보가 당선되는 개방형이라 유권자 욕구에도 부합한다. 최근 공개된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1월 성인 1,000명 조사)에 따르면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선 반대가 40.3%(찬성 31.9%)로 더 많았으나 개방형 명부에 대해선 무려 69.8%가 찬성(반대 11.3%)했다. 유권자 거부감을 예단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문 교수는 “인물 중심 선거가 된다는 부작용은 여전하기 때문에 부분개방형(득표기준을 못 넘긴 후보는 정당이 정한 순서대로 당락 결정)으로 보완한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탄희 의원도 “가장 이상적인 안”이라고 말한다. 다만 그는 “한번에 바꿀 수 없다면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나 일부 중대선거구 시범실시라도 하면 좋겠다. 유권자가 그 효능을 경험한다면 결코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말 못하는 ‘국회의원 수 늘리기’

낯익은 기존 제도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소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지난 총선을 엉망으로 만든 위성정당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지역구와 비례 의석은 각 253석, 47석(약 5:1)인데, 이렇게 비례 의석 비중이 낮아선 위성정당을 막을 길이 없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각 200석, 100석(2:1)을 권고했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의석을 각각 30석, 60석 늘리고 지역구 의석을 줄여 지역구와 비례를 2:1로 맞춘 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의석을 제 손으로 없앨 리 만무하고, 국회의원 정수(300명)를 늘리는 데에는 국민 반대가 크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비례성을 높이고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할 가장 간단한 방법인데도 반대 여론이 높아 정치권에선 ‘입 밖에 내기만 하면 매장당하는’ 금기어가 돼 버렸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정수 확대를 주장했다가 비판에 주저앉은 이들이 많다. 최근 수년간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은 늘 70% 이상이었다.

그런데,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건 정말 안 되는 문제일까. 국민에게 해가 되는 일일까. 국민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국회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싸움만 하는 국회의원들을 왜 더 늘려서 내 세금을 축내느냐’는 것이다. 이런 정치 혐오 정서에 부응해 안철수 이인제 조경태 전·현 의원들이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감축하는 공약을 내걸었고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마치 세월호 참사 구조에 실패한 해경을 해체하는 해법처럼,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으면서 대중에 카타르시스만 안기는 포퓰리즘적 해법일 뿐이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기성 정치인들이 반정치 정서를 부추기는 게 음식에 침을 뱉어 찜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결사 반대하는 것처럼 진입장벽을 높이면 이득 보는 것은 기성 국회의원들이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도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개별 의원들의 권력이 커지겠냐, 작아지겠냐”고 반문했다. “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국민들이 좋아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핵심은 ‘제대로 대변하느냐’에 있는 것이지 의원 숫자 자체가 아닌 것이다.

경실련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위성정당 창당 방지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입법 청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청원을 소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연합뉴스

경실련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위성정당 창당 방지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입법 청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청원을 소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연합뉴스


정원 감축, 국민 아닌 의원들 이득일 뿐

선거개혁 국면에서 정수 확대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선거개혁 논의가 왜 선출방법에만 집중해야 하느냐”며 “의회의 규모·권한 확대를 논의하지 않고 주어진 정수 안에서만 대표성과 비례성을 보정하려는 논의는, 칸트가 말한 ‘고기 굽는 자전기계 위의 자유’와 같다”고 강변했다. 박 교수는 제헌의회 수준(인구 10만 명당 국회의원 1인 즉 515명)이나 OECD 평균 수준(493명)의 의원 정수를 주장하며 “의회 규모가 크고, 비례성이 높으며, 여성의원 비율이 높을수록 선진민주복지국가에 근접한다는 수많은 연구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택 교수는 비례를 50석 정도 늘리면서 지역을 대표하도록 하자고 제안하며 "가장 현실적이고 지방소멸이란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국회라는 대의제 기구에서 지방의 목소리가 수도권보다 약해지고 열패감이 커지는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수 확대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17일 정개특위 발표)에서 비동의 의견은 57.7%로 여전히 동의(29.1%) 의견보다 많다. 그런데도 강 교수는 “고무적 결과”라고 한다. “30% 가까운 찬성은 과거보다 엄청 높은 것”이라며 “국민들을 설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그는 말했다.

정치인 꼴도 보기 싫다? 누가 되든 국민은 안중에 없이 자기들 잇속만 차린다? 그렇다면 더더욱 선거법을 의원들 손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 중대선거구, 개방형 비례대표제가 뭔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정개특위는 곧 복수안을 추릴 것이고 국민공론조사위원회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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