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민주묘지 기습참배에 몸싸움도
"계엄군도 피해자" 유혈진압 옹호 논란
시민단체 "반성 없는 정치쇼" 거센 항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정한 화해’는 없었다. 19일 5ㆍ18민주화운동 화해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국민 공동선언식은 일부 단체(부상자회ㆍ공로자회)가 광범위한 지지 없이 행사를 강행하면서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특히 “계엄군도 피해자”라는 ‘양시론(兩是論)’까지 불거져 협력은 고사하고 지역사회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공법단체인 5ㆍ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특전사동지회는 이날 오전 11시 광주광역시 5ㆍ18기념문화센터에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피해자 측을 대표하는 5ㆍ18 단체 관계자 100여 명과 가해자 측인 특전사동지회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선언식에 앞서 원래 오후 일정으로 잡혔던 국립5ㆍ18민주묘지 참배도 오전 10시 기습적으로 진행했다. 특전사동지회가 이곳을 찾은 건 1980년 5·18 이후 처음이다.
공동선언문에는 광주시민 진압에 투입된 계엄군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국민통합을 위해 5ㆍ18정신의계승 발전에 적극 협력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은 또 매년 적어도 한 번 이상 5ㆍ18민주묘지와 국립서울현충원 합동 참배를 정례화하는 방안에도 뜻을 모았다.
그러나 용서, 협력 등 선언문에 등장한 화해의 내용과 달리 현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무엇보다 행사 주최 단체들은 ‘”광주 현장에 계엄군으로 투입돼 임무를 수행한 이들의 활동과 희생은 군인으로서 명령에 의한 공적 직무를 수행한 과정이었다”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바라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총칼로 시민들을 진압한 계엄군의 행태도 ‘질서회복 임무’로 봤다.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는 “상부의 명을 받고 현지에 파견돼 질서회복 임무를 수행한 특전사 선배들의 노고와 희생은 결코 왜곡되거나 과소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발포 등 유혈진압은 명령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광주에서는 공식집계로만 355명의 희생자가 나왔고, 부상자와 연행자도 5,000명이 넘는다.
세 단체의 행사 강행 소식과 선언문 내용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이날 5ㆍ18기념문화센터와 5ㆍ18민주묘지 등에서 공동선언식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피 묻은 군홧발로 5ㆍ18을 짓밟지 말라’,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역사 왜곡 반대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일방적 행사 추진을 규탄했다. 김순 광주전남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기습참배로 5ㆍ18묘지를 짓밟았다. 반성 없는 용서와 사과는 악어의 눈물”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공동선언식이 열린 5ㆍ18기념문화센터 인근에서는 단체 관계자들과 일부 시민이 충돌하기도 했다.
행사 전 지역 정치권과 광주시의회, 오월어머니집 등 역시 “공동선언식은 5ㆍ18에 대한 사죄 없이 용서를 받고, 정부 지원을 받으려는 정치적 쇼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5ㆍ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임원들은 지난달 17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5ㆍ18에 투입됐다가 숨진 계엄군 묘역을 참배했다. 이들은 4월 1일 특전사 창설기념일에 맞춰 현충원 묘역 참배를 하고, 5월 21일에는 특전사 부대원과 가족들이 5ㆍ18민주묘지를 참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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