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WKBL 정규리그 우승 1등 공신
FA 이적하자마자 통합우승 도전
"김정은 언니, 팀 적응에 큰 도움"
"변수 많은 단기전... 기본에 충실해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될 확률이 높은 편이긴 하죠.”
여자프로농구(WKBL) 아산 우리은행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단비는 MVP 수상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17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아직 리그가 끝난 게 아니라 설레발 치면 안 된다”고 웃으면서도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타이틀이라 욕심이 난다”고 밝혔다.
가능성은 아주 높다. 농구 관계자들은 그의 MVP 수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시즌 청주 KB스타즈에 통합우승을 내줬던 우리은행은 자유계약선수(FA)로 김단비를 영입하자마자 곧바로 정규리그 왕좌를 되찾았다. 라운드 MVP 3회, 트리플 더블 3회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김단비는 그의 이름처럼 우리은행의 ‘단비’가 됐다.
그는 “신한은행에서 15년간 생활하다 이적해 이룬 첫 우승이라 특히 감회가 남다르다”며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다행히 정규리그 우승을 하면서 팀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그도 팀 덕을 톡톡히 봤다. 그는 신한은행 소속으로 5회 통합우승(2007~08, 2008~09, 2009~10, 2010~11, 2011~12)을 이뤄냈지만, 그 뒤로 11년간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 올 시즌 5경기를 남겨두고 지난 13일 우승(당시 21승 4패)을 확정 지었다.
‘베테랑’ 김단비도 이적 직후에는 적응에 애를 먹었다. 그는 “팀을 옮기니까 같은 운동을 해도 힘들게 느껴졌다”며 “감독, 코치, 동료들이 모두 바뀌었고, 생활 패턴과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알게 모르게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대표팀에서 무릎 부상을 입고 팀에 합류하게 돼 연습경기에서도 내 플레이가 잘 안 나왔다”며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때 그에게 큰 힘이 돼 준 건 김정은이었다. 김단비는 “정은 언니가 매일 옆에서 ‘부담 안 가지게 도와주겠다’고 말해줬다”며 “같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다”고 회상했다.
신한은행 시절 코치와 선수로 연을 맺었던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김단비에게는 ‘비빌 언덕’이었다. 위 감독과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나 시즌을 치러 본 그는 “(감독님이) 화가 나면 여전히 무섭다”고 웃으면서도 “그래도 이제는 한 번 화를 낸 후에 선수들 마음을 헤아려준다. 예전에 비해 많이 유해지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 당신의 실수를 바로 인정하는 모습은 선수들도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고 위 감독을 치켜세웠다.
김단비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그는 19일 현재 △평균득점 리그 2위(17.67점) △리바운드 4위(8.81개) △어시스트 2위(6.3개) △스틸 3위(1.59개) △블록슛 1위(1.26) 등 모든 개인부문 기록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 수치들을 토대로 산출하는 공헌도에서는 팀 동료 박지현(835.25점)을 따돌리고 압도적 1위(972.8점)를 달리고 있다. 김단비는 “공헌도는 하나만 잘한다고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기 때문에 유독 욕심이 난다”고 강조했다.
그간 WKBL의 공헌도 부문은 리그 간판 스타인 KB스타즈의 박지수가 독식해 왔다. 그러나 박지수는 공황장애와 손가락 부상 등의 이유로 올 시즌을 온전하게 치르지 못했다. 개인타이틀과 우승 경쟁에서 박지수의 부재는 김단비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그는 우선 “WKBL에서 박지수의 영향력은 정말 크다. 그만큼 대단한 선수”라며 “경쟁을 떠나 지수 개인에게는 힘들고 슬픈 일이라 무척 안타깝다”고 전제한 뒤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전혀 다른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며 “한편으로는 지수가 있는 KB스타즈와 제대로 한 번 붙어서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수가 없기 때문에 우승 확률이 커졌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KB스타즈는 이미 '봄 농구' 진출이 무산됐다. 그의 말처럼 우리은행의 12번째 챔프전 우승 확률은 더 커졌다. 그러나 김단비는 “단기전에서는 어떤 이변이 생길지 모른다. 누군가 미쳐서 슛을 계속 넣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공이 미끄러져서 결정적인 슛을 놓칠 수도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단기전일수록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격과 달리 수비는 게으르지만 않으면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 수비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규리그 중에 ‘오늘도 이기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간 경기는 다 졌다. 안일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내내 이어진 우리은행의 독주를 플레이오프에서도 재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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