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열 합격포기 증가세 뚜렷… 서울대, 9명→73명 급증
"교차지원 후 다시 이공계·의약계열로 이탈… 수험생 혼란 가중"
문·이과 통합수능 도입 이후 정시모집의 불확실성이 커져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대학의 합격포기자가 속출하면서 대학가와 입시업계가 예측한 합격선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업계에선 "정시모집이 오히려 깜깜이 전형이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19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SKY 대학의 정시모집 최종 추가 합격자수는 1,34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모집인원의 28.8%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SKY 대학 합격자 10명 중 3명은 등록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총 인원은 지난해보다 42명 늘었고, 통합수능 이전인 2021학년도와 비교하면 443명이나 늘었다.
특히 인문계열 합격포기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3개 대학 인문계열 합격포기자는 2021학년도 324명에서 올해 564명으로 2년 새 74%나 급증했다. 서울대 인문계열의 경우 2021학년도 9명에 불과했던 합격포기자가 지난해 73명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65명이었다.
서울대 인문계열 합격포기자의 증가 이유는 최초 합격자의 문·이과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합격자의 44.3%가 이과생이었고, 올해는 51.6%로 더 늘었다. 또 인문계열 최상위 학과로 꼽히는 연세대와 고려대 경영학과의 추가합격자 비율은 각각 79.1%, 69.7%였다. 합격자 10명 중 7, 8명은 다른 대학을 선택한 셈이다. 인문계 최상위권 학과 최초 합격자 중 이과생 비율이 높은 점, 이들 학과의 합격포기자 비율이 높은 점을 종합하면, 교차지원으로 인문계열에 합격한 이과생 상당수가 이공계 학과나 지방 의대 쪽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연계열은 통합수능 이전에도 의대 진학을 위해 SKY 대학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인문계 합격포기자 증가는 통합수능 영향이 절대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상위권 대학의 추가합격자 규모가 늘어나면서 서울·수도권의 중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이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수험생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입시 커뮤니티에선 국어 3등급을 받고도 서울대에 합격하고, 국어 4등급이 중앙대, 숙명여대 등에 합격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임 대표는 "추가 합격자 급증 현상과 함께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가 내년부터 정시 모집에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등 정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정부 요구에 따라 각 대학들이 필수 응시 과목이나 영역별 가중치 등을 수정하게 되면 수험생들의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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