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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 골프장 캐디도 괴롭힘 금지대상 인정... 줄어드는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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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 골프장 캐디도 괴롭힘 금지대상 인정... 줄어드는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

입력
2023.02.19 18:06
수정
2023.02.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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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괴롭힘 금지 대상 반드시 근로자일 필요 없어"
'근로자' 아닌 미용사·방송작가 등 적용 가능할 듯

골프장 캐디. 게티이미지뱅크

골프장 캐디. 게티이미지뱅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 노동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골프장 캐디뿐 아니라 학원 교사, 미용사, 운동 트레이너, 방송작가 등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더 늘어나게 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달 15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부(부장 전기흥)는 2020년 9월 극단선택한 골프장 캐디 배모씨 유족에게 직속 상사 A씨와 골프장 운영사 건국대 법인이 약 1억7,000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인정된 첫 사례다.

골프장 캐디들을 총괄 관리하는 직책이었던 A씨는 다른 캐디들이 모두 들을 수 있는 무전으로 배씨의 외모를 비하하고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배씨가 골프장 내 다른 직원과 분쟁이 생기자 골프장 측은 배씨가 일을 그만두도록 압박했고, 배씨는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직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며 "특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노무제공자이므로,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공개된, 2020년 숨진 골프장 캐디가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 직장갑질119 제공

판결문에 공개된, 2020년 숨진 골프장 캐디가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 직장갑질119 제공

앞서 중부지방노동청은 골프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는 배씨 유족의 진정에 "망인은 골프장 캐디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을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회신했었다. 골프장 캐디는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4대 보험료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그동안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라며 "특수고용노동자뿐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와 위탁계약 노동자 등 사각지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만큼은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정부는 최근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언급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가장 먼저 내세웠다. 그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뿐 아니라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갑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번 사건의 원고 대리인이었던 윤지영 변호사는 "그간 고용노동부가 괴롭힘을 판단하는 기준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됐었는데, 이번 판결로 그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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