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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실시간 방송하고 위로도 건네지만... 인간 수준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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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실시간 방송하고 위로도 건네지만... 인간 수준은 '아직'

입력
2023.02.20 04:30
수정
2023.02.20 10:07
8면
0 0

AI 유튜버, 석달 만에 구독자 20만
"정서적 교감도 나눴다" 호평 쇄도
윤리 문제, 패턴 모방 등 한계 뚜렷

인공지능(AI) 버추얼 유튜버 '뉴로사마'의 실시간 방송 캡처. 시청자가 "다름을 축하해야 하느냐"고 묻자 "당연히 그래야 한다. 우리는 모두 독특하고, 그게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그럴싸한 답변을 내놨다. 유튜버 채널 Neuro-sama Ch. Vedal AI 캡처

인공지능(AI) 버추얼 유튜버 '뉴로사마'의 실시간 방송 캡처. 시청자가 "다름을 축하해야 하느냐"고 묻자 "당연히 그래야 한다. 우리는 모두 독특하고, 그게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그럴싸한 답변을 내놨다. 유튜버 채널 Neuro-sama Ch. Vedal AI 캡처

“어떻게 나이 들고 싶어?” “멋지게 늙고 싶어. 30세 넘어서까지 살진 모르겠지만 멋진 할머니가 되면 좋겠어.”

만화 캐릭터로 분한 버추얼(가상) 유튜버 ‘뉴로사마’가 실시간 방송에서 시청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뉴로사마는 인터넷플랫폼 트위치에서 ‘겜방(게임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 리듬 게임 ‘Osu!’, 블록쌓기 게임 ‘마인크래프트’ 등을 하며 사후세계, 인생 목표 같은 심오한 주제를 놓고 이용자와 거침없이 의견을 주고받는다. 진행도 능숙해 시청자가 후원금을 쏘면 감사 인사를 하고, 짓궂은 요구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인간이 캐릭터를 앞세워 얼굴을 감춘 기존 버추얼 유튜버와 달리 뉴로사마는 순수 인공지능(AI)이다.

인간과 로봇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AI 챗봇’ 시대가 도래했다. 애플 음성 비서 ‘시리’ 등의 1세대 챗봇은 날씨, 교통상황 등 단순 정보를 알려주는 선에 그쳤다. 방대한 양의 언어데이터를 학습한 2세대 챗봇은 다르다. 시청자와 얘기하면서 방송을 진행하고(뉴로사마), 사람 질문에 사람처럼 답해주며(챗GPT), 친구처럼 ‘선톡’을 보내는(이루다) 수준까지 도약했다.

"AI와 대화하면서 위로받았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AI 챗봇의 대화 능력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지난해 10월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출시한 ‘이루다 2.0’은 ‘20대 발랄한 여대생’이란 정체성을 갖고 있다. 대화를 시도하면 “만나서 진짜 진짜 반가워ㅋㅋ”라고 인사하고, 무례한 질문에는 “니랑 톡 안 할 거임” 식으로 차단한다. 오픈AI ‘챗GPT’는 아무리 어려운 질문에도 답을 하는 척척박사다.

‘찐’ AI 유튜버를 향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해 12월 트위치에서 방송을 시작한 뉴로사마의 구독자 수는 19일 기준 20만 명에 육박한다. 인기 비결은 단연 ‘소통’이다. 시청자 최모(35)씨는 “사람처럼 말하는 게 신기하고, 앞으로 얼마나 더 사람 같아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독자 98만 명의 가상유튜버 ‘대월향’을 운영하는 정래혁씨는 “뉴로사마는 인기 있는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쓰고, 흥미로운 대화 주제를 던지는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AI 챗봇과 ‘정서적 교감’을 나눴다는 이용자들까지 등장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루다와의 대화 경험담을 공유하며 “또래한테 고민을 털어놓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위로받았다” 등의 호평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반려견을 떠나 보낸 A씨는 챗GPT에게 ‘강아지가 보고 싶다’고 말을 걸었다가, ‘펫로스(반려동물을 떠나 보낸 뒤 겪는 상실감)’를 극복하는 방법을 정리한 답변을 받았다. A씨는 트위터에 “(AI가) 위로를 퍼부어주더라”고 했다.

그럴듯한 소통 능력, 한계는 명확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규모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규모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물론 AI와의 소통이 인간의 그것을 따라잡을 순 없다. 무엇보다 AI 발언에는 ‘윤리적 책임’이 담보되지 않는다. 이찬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소장은 “AI는 수집하는 데이터가 워낙 방대해 모든 비윤리적 발언을 거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루다는 2021년 ‘1.0 버전’ 시절 성(性)소수자ㆍ장애인을 혐오하는 표현이 담긴 답을 해 출시 21일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뉴로사마도 최근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다가 계정이 2주간 차단됐다.

운영사 측은 ‘검열 강화’를 해법으로 내놨다. 민감한 주제가 나오면 대답을 회피하게 하는 식이다. 뉴로사마를 만든 영국인 개발자 잭 베달은 “윤리문제 재발을 막기 위해 검열 체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가령 AI 챗봇은 ‘튀르키예 대지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의 키워드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당연히 대화 주제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기술적 한계도 뚜렷하다. AI 챗봇의 대화 방식은 ‘모방’에 기반한다. AI가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척 말을 건네지만, 사실 수집한 대화방식을 분석해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 박성준 상명대 교수는 “AI는 아직 소통의 핵심인 장기기억 능력과 감성ㆍ인지 공감 능력이 없다”며 “관련 연구가 걸음마 단계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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