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대신 무면허 운전' 허위 진술 강요·폭행 조폭

2020년 6월 10대 6명 무면허 역주행 교통사고
'의식불명' 운전자의 고교 동창, 피해자 감금·협박

한국일보 자료사진.

무면허 교통사고를 낸 차량 동승자를 납치해 허위 진술을 강요한 조직폭력 일당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박현수)는 감금치상,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을 도운 7명에게도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는 조직폭력 범죄단체에 가입한 혐의 등으로 병합 재판을 받았다.

A씨 등은 2021년 5월 23일 오전 광주광역시 일대에서 B(21)씨를 차량에 태워 2시간 50분간 감금하고 폭행,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에게 수사기관에 1년여 전 발생한 무면허 교통사고 운전자라고 진술하라고 협박했다. B씨 등 10대 6명은 2020년 6월 20일 광주 서구 풍암동 한 도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반대편 차선을 넘어가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6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이중 운전자로 지목된 C씨는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A씨는 C씨의 고교 동창이다.

B씨 등은 사고 운전자로 C씨를 지목했지만, 당시 차량 조수석이 많이 파손돼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이 있었다. C씨의 아버지는 당시 조수석에 탔다고 주장한 B씨를 의심해 A씨에게 B씨의 무면허 운전을 발견하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이후 B씨가 무면허로 렌터카를 운전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찾아가, B씨를 차에 가두고 "사고 당시 실제 운전자가 맞지 않느냐"고 다그치며 수 차례 얼굴을 폭행했다. 이에 겁먹은 B씨가 "내가 운전했다"고 말하자, 그전까지 거짓말을 했다며 또 폭행했다. A씨 일당은 B씨를 강제로 광주지검 상황실까지 끌고 갔으며, 그의 목에 걸고 있던 도금 목걸이를 빼앗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감금하고 때리면서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전치 2주 상해를 입혀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A씨 등 일부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 각자의 가담 정도를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결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