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35분간 한일 외교장관 회담
박 장관 "일본 측에 정치적 결단 촉구"
지지율 낮은 기시다 총리 수동적 태도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 만나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양국 외교채널 간 실무협상은 사실상 끝난 만큼 일본 정부 최고위급에서 통치행위 차원의 전향적 태도를 강조한 것이다. 이로써 공은 다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넘어간 모양새다.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박 장관은 하야시 장관과 35분간 회담에서 강제동원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박 장관은 회담 후 취재진과 만나 "중요 쟁점에 대해 할 얘기는 다 했다"며 "일본 측에 성의있는 호응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입장은 이해했으니 이제 서로 정치적 결단만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일본 측은) 기시다 총리에게 입장을 전하고 거기서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제동원 문제는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확정 판결을 내린 이후 4년여간 양국 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남았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공개토론회에서 '제3자를 통한 대위변제'를 해법으로 공식화했다. 우리 기업들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먼저 지급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일본 피고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 기금을 조성하는 데 참여할지에 달렸다. 이에 일본 측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또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놓고서도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들과 입장 차가 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 장관 "일본 측, 기시다 총리의 판단을 받을 것"
따라서 박 장관이 정치적 결단이라는 표현으로 일본을 압박한 건 도저히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하지만 일본 기시다 내각을 둘러싼 정치 상황에 비춰 과연 상황이 바뀌거나 진전된 입장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당장 4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내각 지지율이 20%대에 불과하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에 지지세력이 많지 않고 스타일도 수동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는 4월선거와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통해 리더십을 부각시킬 요량이다. 바꿔 말하면, 주요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당내 반대 세력을 설득해가며 강제동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일본도 국내정치 환경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는 피고기업의 기금 참여 여부는 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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