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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금고지기', 장시호·김희중처럼 검찰의 '귀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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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금고지기', 장시호·김희중처럼 검찰의 '귀인' 될까

입력
2023.02.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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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그룹 자금 흐름 꿰뚫어 검찰 기대감↑
과거 대형 사건에서도 귀인 나오면 수사 급물살

쌍방울그룹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가운데)씨가 해외 도피 9개월 만인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그룹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가운데)씨가 해외 도피 9개월 만인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쌍방울 그룹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51)씨가 13일 구속되면서 검찰은 그가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혐의 수사에서 이른바 ‘귀인’(貴人)이 될 것인지 기대하고 있다.

귀인은 뇌물 사건처럼 입증이 쉽지 않은 사건에서 뇌물 공여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해 사건의 실체 파악에 도움을 주는 등 ‘키맨’ 역할을 하는 피의자나 참고인을 검찰 내부에서 일컫는 말이다.

김씨가 귀인이 될지 검찰이 주목하는 건 김 전 회장이 북한에 건넸다고 진술한 800만 달러(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경기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의 대부분을 마련하는 등 쌍방울그룹 계열사 간 자금 흐름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의 ‘모르쇠’ 입장에 배신감을 느껴 매제인 김씨에게 “귀국해 다 증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태국으로 도주했다 붙잡힌 김씨는 소송을 하는 등 송환을 거부했지만 돌연 입장을 바꿔 귀국하게 됐다.

김씨는 △대북송금에 사용된 800만 달러 조성 경위와 흐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진위 여부 파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형 수사에선 김씨처럼 마음을 바꾼 피의자나 참고인이 나타나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곤 했다”며 “김씨가 검찰이 궁금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얼마나 확실한 증거와 진술을 제공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윤곽 드러낸 '귀인 3인방'

더블루K의 한국 및 독일 법인 이사였던 고영태(오른쪽)씨가 2016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나란히 앉아 의원 질의를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서재훈 기자

더블루K의 한국 및 독일 법인 이사였던 고영태(오른쪽)씨가 2016년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나란히 앉아 의원 질의를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서재훈 기자

앞서 검찰의 대형 수사에서 성과가 나올 때는 거의 어김 없이 ‘귀인’이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불리며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실체를 드러내 검찰 수사팀 내 ‘귀인 3인방’이라고 불렸던 더블루K의 한국 및 독일 법인 이사였던 고영태씨와 K스포츠재단의 박헌영 전 과장, 노승일 전 부장이 그들이다.

최씨 입장에선 ‘기르던 개에게 물린 격’이었겠지만, 이들은 최씨의 행적을 세세하게 수사팀에 알려 준 내부고발자 역할을 했다. 최씨의 최측근 중 하나였던 박 전 과장은 노 전 부장과 2016년 1월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부터 재단 운영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재단 설립 전부터 재단에 출연한 전국경제인연합 측과 접촉해 설립 실무 작업을 주도했다. 최씨가 실소유했던 더블루케이 사무실을 오가며 재단 운영 상황을 최씨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과장은 당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옆에서 지켜 본) 최씨는 박 대통령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최씨의 비서 역할을 했던 노 전 부장도 최씨가 이를 갈 만하다. 노 전 부장은 최씨가 검찰 출석 전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 수사 대응 지침 등을 지시한 통화 내용을 녹음해 검찰에 제공했다.

두 사람이 내놓은 증거와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당초 형사8부만으로 꾸려가던 수사팀에 특수부 검사들을 투입·확대하면서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고씨는 검찰에 자진 출석해 적극 협조했고,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회장(최씨)이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고 말해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알렸다. 그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증인으로 나서 최씨의 행적과 관련한 증언을 대거 쏟아냈다. 당시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고씨는 술술 진술을 하다가 잠 좀 자고 하겠다며 쿨쿨 자다 일어나 다시 수사에 임하곤 했다”며 “검사 생활을 하는 동안 그렇게 조사받으면서 긴장하지 않은 사람은 처음 봤다”고 회상했다.


박영수 특검팀 '복덩이'로 불렸던 장시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2017년 6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2017년 6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들 3인방의 활약이 특별수사본부에 큰 도움을 줬다면 박영수 전 특별검사팀엔 특급 도우미 역할을 하며 ‘친절한 시호씨’로 불렸던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있었다.

장씨는 최씨의 제2 태블릿PC를 특검팀에 '자진납세'했다. 이 태블릿PC에는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모녀에 대한 삼성 측 승마 지원을 뒷받침하는 정황과 최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하려던 정황이 담겼다. 또, 최씨가 사용했던 박 전 대통령의 차명 휴대폰 번호도 기억해 내 특검팀에 알리는 등 ‘복덩이’로 불리기도 했다.

수사 과정에서 낯을 익힌 부장검사나 특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면 “부장님, 안녕하세요”라며 호칭까지 챙기며 밝은 표정으로 스스럼 없이 대했고, 자신을 호송하는 여성 교도관에겐 팔짱을 끼면서 “언니”라고 하는 등 살갑게 대했다고 한다.

특검 수사가 종료한 뒤에는 자신을 수사한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부장검사였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김영철 부장검사 등에게 직접 손편지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다스는 MB 것' 밝혀 낼 때도 '귀인들' 등장

솔로몬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012년 7월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솔로몬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012년 7월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스는 MB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 낸 2017~2018년 검찰의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서도 ‘뜻밖의 귀인들’이 톡톡히 역할을 했다. 2007~2008년 같은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과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당시 검찰 고위 관계자가 재수사 시작 무렵 “수사팀이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99%라고 본다”고 말했을 정도였지만, 결과는 180도 달랐다. 10년 전 수사에서 ‘인(人)의 장막’을 쳤던 측근들이 검찰의 ‘귀인’으로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다스 전·현직 사장은 “다스는 MB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자금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나 다스 협력업체 금강 대표 이영배씨도 이 전 대통령의 자금 관리 현황 및 흐름에 대해 술술 불었다.

이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집사’로 불렸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도 검찰 수사에 협조해, 사실상 이 전 대통령 곁엔 아들 시형씨나 부인 김윤옥 여사 정도만 남았다.

이들은 과거 검찰·특검 수사에선 대책 회의를 하며 검찰의 칼끝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하지 않도록 철저히 방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일부는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기도 전에 먼저 검찰에 연락을 해 왔고, 일부는 스스로 검찰청을 찾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은 ‘귀인들’ 덕에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에 “새빨간 거짓말”이라던 이 전 대통령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줄 수 있게 됐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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