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고수’를 찾아서
2년 전, 백승재 씨는 1개월간의 해외여행을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려견 ‘몽실이’(12)가 뒷다리를 들지 못한 채 힘겹게 앞발만 움직이며 기어 다니는 모습을 목격한 겁니다. 몽실이는 승재 씨가 집으로 돌아오기 1~2일 전부터 이런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는 “가족들이 멀리서 아무것도 못 하는데 걱정만 할까 봐 따로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돌아봤습니다.
이때만 해도 승재 씨는 “몽실이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함께 반려생활을 한 지 10년이된 만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10년 동안 몽실이는 승재 씨 가족과 함께하며 새끼를 낳을 만큼 많은 추억을 만들어 준 친구였기에 쉽게 떠나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승재 씨의 지레짐작과는 달리 몽실이는 여전히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 듯했습니다. 몽실이를 진료했던 우리동생동물병원 김희진 원장은 “몽실이 상태를 봤을 때 척추 쪽에 문제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진단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MRI 검진 결과를 받고 난 뒤, 승재 씨는 마음을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진단 결과 몽실이는 척추에 종양이 발생한상태였습니다. 척추에 종양이 발생한 건 분명 가벼운 질병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가 ‘한시름 놓았다’고 말한 이유는, 몽실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직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였습니다.
MRI 검사를 받기 전에 우리동생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그런데 척추 안 좋은 걸 제외하고는 모두 건강하다는 얘기를들었어요. 그렇다면 몽실이가 아직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몽실이의 치료를 위해 뭘 하면되는지도 알게 됐으니까 마음이 편해졌죠.
2년 복용한 신경약도 안녕! 몽실이의 회복일기
김 원장 역시 몽실이의 상태가 척추를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상태라서 약물치료가 가능한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척추 등 신경계 약물은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다”며 “이 약물은 간이나 신장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몽실이는 다행히 건강한 상태여서 약물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척추 질환은 노견에게만 생기는 건 아닙니다. 선천적인 기형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고, 사고로 인해 척추가 변형되면서발생할 수도 있죠. 다만, 노견의 경우 척추 치료를 오래 받을수록 다른 부작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약을 오래 처방받으면 쿠싱 증후군(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스테로이드 성분으로 인해 호르몬 대사가 변해서 쿠싱 증후군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거죠. 의료 행위에 의한 부작용이라 ‘의인성 쿠싱 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몽실이는 약을 먹으며 이런 부작용에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김 원장은 “몽실이의 경우 약을 먹어서 간 수치가 올라가긴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약이 효과를 보면서 몽실이는 점차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 뒤에는 몽실이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바로 ‘약줄이기’였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을 보일 수 있는 만큼 언젠가는 약을 줄여야 하고, 가급적이면 안 먹게 되는 게 바람직하죠.
문제는 약을 줄이면 다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약을 계속 먹으면 부작용이 생기죠. 결국 척추의상태도 확인하고, 간과 신장 수치도 꾸준히 체크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척추와 혈액검사 실시를 2년째 반복하던 몽실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약을 모두 끊어도 되는 상황까지 호전됐습니다. 현재는 약 없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단계까지 왔고, 3개월간 큰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해요.
김 원장은 몽실이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보호자의 역할이 컸다고 말합니다. 그는 “보통 약효가 있으면 보호자들은 수의사와 상의 없이 아예 약을 끊는 보호자들도 있는데, 몽실이 보호자님은 병원의 복약지도를 철저히 따라준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승재 씨는 이에 대해 “가루약을 습식 사료나 간식에 섞어주면 몽실이가 잘 먹어줬다”며 “약을 먹이며 내가 잘 한건별로 없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성실함과 정성으로 연장된 반려생활.. “같이 놀러도 가야죠”
승재 씨는 몽실이가 회복되는 과정에 그렇게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몽실이가 회복하기까지 항상 곁에 있었던 건 승재 씨였습니다. 특히 그는 몽실이 치료 초기에는 아예 자신의 방을 모두 몽실이를 위해 배변 패드로 깔아놓았습니다. 걷지 못하는 몽실이가 배변패드까지 갈 수 없는 만큼 어디서든 배변을 보면 치워주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산책 역시 걸어 다닐 수 없는 만큼 안고 바깥공기를 쐬게 도와줬습니다. 밖으로 나가기 여의치 않다면, 집 옥상에라도 올라갔습니다. 그는 “상태가 좀 나아진 뒤에도 혹시나 잘못될까 몽실이를 밖에서 걷게 할 수 없었다”며 조마조마했던 당시를 돌아봤습니다.
몽실이처럼 다시 걸음마를 시작해야 할 정도로 척추가 좋지 않은 반려견의 경우는 어떻게 돌봐야 할까요? 승재 씨는 이에대해 “최대한 어디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그는 몽실이를 산책시킬 때에는 부딪힐만한 물건이 없는 넓은 운동장에서만 걷게 해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원장 역시 비슷한 조언을 남겼습니다. 특히 그는 “신경 증상이 있는 동물들의 경우 몸을 자신이 제어하지 못할 만큼 경련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이때는 주변에 쿠션을 깔아둬 벽이나 가구 등에 부딪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고개가 꺾일 경우 호흡이 어려워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2년 전만 해도, 몽실이와 이른 작별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던 승재 씨. 더 연장된 몽실이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옆에 더 오래 있어주고 싶어요. 몽실이가 건강할 때는 집에 두고 혼자 놀러나갈 때가 많았는데, 몽실이가 조금만 더 괜찮아지면 같이 여행도 떠나보고 싶어요. 곁에서 남은 시간 더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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