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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현장에 동물 돌려놓으라니..” 동물단체가 법원 결정에 반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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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현장에 동물 돌려놓으라니..” 동물단체가 법원 결정에 반발한 이유

입력
2023.0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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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논란’ 동물카페 사장 구속.. 지자체, 제보자, 동물단체와 공방은 계속

시민들의 공분을 산 '야생동물카페 학대사건' 현장에서 구조된 동물들을 다시 카페에 돌려놓으라는 법원 결정이 논란을빚고 있습니다. 학대 혐의가 소명돼 업주가 구속 수사를 받는 와중에 내려진 이해할 수 없는 법원 판단에 동물단체는 '동물을 내놓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서울의 한 야생동물카페에서 폭행당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반려견 '뚠이'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지난해 1월 서울의 한 야생동물카페에서 폭행당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반려견 '뚠이'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13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 1일 야생동물카페 업주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해 1월, 돌망치를이용해 카페에서 기르던 반려견 ‘뚠이’를 마구 폭행해 죽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법원이 내민 구속 사유는 ‘증거 인멸 우려’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논란 이후 “뚠이를 죽이지는 않았고 분양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A씨가 얽힌 법정 공방이 단순히 동물학대 사건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관할 지자체인 서울 마포구는사건이 불거진 뒤 현장에서 동물들이 추가 학대를 당할 우려가 있다며 긴급격리조치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동물자유연대가 해당 업장에서 반려동물에 해당하는 개와 고양이를 구조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A씨는 이 조치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어서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급격리조치 집행을 정지해달라고도 신청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일 A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행정소송 선고가 나올 때까지 마포구의 행정조치를 중단하라는 명령을내렸습니다.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보호비용이 높아지면 A씨가 동물 소유권을 포기할 위험성이 있으며, 학대 사유가 단순 비만에 불과해 보호조치가 필요할 만큼의 학대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A씨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를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가 해당 동물카페에서 개와 고양이들을 긴급격리조치했다. 현재 개와 고양이들은 동물자유연대가 보호 중에 있다. 법원은 이 조치를 중단하고 개와 고양이들을 카페로 돌려 보내라고 판단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가 해당 동물카페에서 개와 고양이들을 긴급격리조치했다. 현재 개와 고양이들은 동물자유연대가 보호 중에 있다. 법원은 이 조치를 중단하고 개와 고양이들을 카페로 돌려 보내라고 판단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마포구는 법원 결정문이 나온 뒤 동물자유연대에 보호 중인 동물들을 다시 카페에 돌려놓으라고 전달했습니다. 그러나동물자유연대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원 결정을 비판하며 보호 동물 인계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송지성 위기동물대응팀장은 “법원 결정문에 따라 집행해야 하는 마포구 입장은 이해하지만, 학대 현장으로 다시 동물을 돌려보내라는 조치를 쉽게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법원의 명령이 동물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나왔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송 팀장은 ‘학대 사유가 단순 비만에불과하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 “비만 자체가 아니라 왜 비만이 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좁은 카페 안에서 약 10마리가 야생동물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적절한 운동 기회를 제공받지 못해 생기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그는“구조 동물들이 다시 업장으로 돌아가면 건강은 다시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페에서 구조 이후 1개월만에 세상을 떠난 4개월령 고양이 미코. 미코는 파보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았다. 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카페에서 구조 이후 1개월만에 세상을 떠난 4개월령 고양이 미코. 미코는 파보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았다. 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동물단체가 법원 결정을 따르지 못하는 근거는 또 있습니다. 긴급격리조치로 이들이 구조한 동물들은 모두 19마리인데, 현재는 17마리로 줄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가 보호 도중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겁니다. 송 팀장은 “구조된 고양이들은 다른 고양이들과 접촉할 수 없도록 격리된 상태에서 감염됐다”며 “카페에서 감염된 뒤 잠복기를 거쳐 감염됐다는 수의사의 진단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카페로 돌아가면 언제든 동물들이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카페 업주 A씨는 뚠이를 폭행한 사실 외에도 ‘질병에 노출된 동물을 방치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법원이 동물을 보호해야 할 생명체가 아니라 A씨의 재산으로만 여겼다며 유감을 드러냈습니다.

법원 결정문을 이행해야 하는 마포구는 동물단체의 반발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마포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법원 결정문이 효력이 있는 상황이라 동물단체에 반환 요청을 했다”면서도 “법원 결정문에 동의하는 게 아닌 만큼 항고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현재 동물학대 사건과 마포구와의 송사 외에도 이 사건을 공론화한 제보자 B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야생동물카페 학대 사건이 다양한 주체 간의 법적 공방으로 비화하면서 장기전으로 치닫는 모양새입니다. 향후 사법기관이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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