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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30기가 혜택 주고도 욕먹는 통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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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30기가 혜택 주고도 욕먹는 통신사들

입력
2023.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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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통신비 경감 위해' 3월 한 달간 혜택 제공
고객·누리꾼들 "요금이나 깎아 달라" 시큰둥
통계청 "요금 할인효과 있어야 물가지수에 반영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가 약 4조3,835억 원으로 집계됐다. 10년 만에 3사 영업이익 합이 4조 원을 넘겼던 2021년(4조380억 원)보다도 좋은 실적을 거두자 윤석열 대통령은 통신시장의 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사진은 10일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대리점. 뉴시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가 약 4조3,835억 원으로 집계됐다. 10년 만에 3사 영업이익 합이 4조 원을 넘겼던 2021년(4조380억 원)보다도 좋은 실적을 거두자 윤석열 대통령은 통신시장의 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사진은 10일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대리점. 뉴시스

"데이터 30기가 무료 제공? 요금이나 깎아 주지..."

이동통신 3사가 고물가로 고통받는 고객들의 부담을 덜어 주려 3월 한 달 동안 데이터 추가 제공 방침을 밝힌 15일 누리꾼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들과 달리 통신사들의 과점 및 막대한 수익을 문제 삼자 화들짝 놀란 통신사들의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얘기였다. 물가 당국도 데이터 추가 제공이 물가상승 억제책으로 큰 효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왜 그런 걸까?

먼저 통신사들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SK텔레콤은 만 19세 이상(2월 28일 기준) 가입자에게 데이터 30기가바이트(GB)를 무료로 제공한다. KT도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지 않는 만 19세 이상 고객에게 30GB를 추가 제공한다. 양사는 가입자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쓸 때 무료 제공된 데이터부터 먼저 소진되도록 했다. 30GB는 한 달 동안 웨이브·유튜브·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고화질(HD)급 동영상을 30시간 가까이 시청할 수 있는 용량이다.

LG유플러스는 고객 전원에게 가입 중인 요금제에 포함된 기본 데이터와 동일한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2배 되는 셈이다. 이 혜택을 이용하려면 LG유플러스가 보내주는 안내 문자 메시지의 인터넷주소(URL)를 클릭 후 등록 절차를 마쳐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반가울 법한 소식인데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별 도움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 이유는 ①무제한 요금제 사용자에게는 아무 소용없고 ②데이터 일정량 제공 요금제 사용 고객은 본인의 사용량에 맞게 쓰고 있어 30GB 더 줘 봤자 사용량이 크게 늘지 않아 소진하기 어려우며 ③추가 제공 데이터가 남더라도 4월 이후로 이월해 나눠 사용하지도 못해서 등 여러 가지였다.

현재 월 4만9,000원 요금제(데이터 5GB 제공)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원 김모(37)씨는 "어차피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는 대부분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통신요금이 부담되는 사람은 알뜰폰을 사용한다"며 "데이터를 잘 조절하는 고객들이 그나마 혜택이 좀 있는 건데, 가입 절약이 습관이 된 사람들이 30기가를 다 쓸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통신사들이 "통신비를 조금이라도 경감해 민생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내린 결정"(SKT), "데이터 이용 부담을 덜고 요금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KT) 등 일제히 통신비 요금 절감 효과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사용자들이 가장 바라는 '요금 할인'은 쏙 빼놔 "요금이나 할인해 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객들이 얼마나 요금할인을 원하는지는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MVNO) 고객이 최근 1년 사이 급증한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고객용 휴대폰 알뜰폰 가입회선은 726만 명으로 전년 동월(608만 명)보다 무려 118만 명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T가 48만 명 감소(2,375만→2,327만)하고, KT도 42만 명(1,416만→1,374만) LG 역시 11만 명(1,130만→1,119만) 줄어든 점과 대조된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요금 할인은 회사 매출과 수익에 직접 영향을 주고, 주주도 원치 않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요금 할인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데이터 제공은 물가상승 억제 효과도 미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그렇다면 통신사들의 주장대로 요금절감 효과가 나타나 물가상승 억제에 도움이 될까?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을 매월 발표하는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 지수에는 모두 458개 품목이 반영되고, 그중에 통신은 6개 품목이 들어 있다. 가중치를 고려한 전체 물가지수(1,000 기준) 중 통신비의 비중은 4.84%(48.4)다. 통신으로 분류된 6개 품목 가운데에서도 휴대폰 요금의 비중이 64.5%(31.2)로 압도적으로 높다. 한마디로 휴대폰 요금은 전체 물가에서 3.12%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억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요금 할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신사별로 대표적인 몇몇 요금제의 가격 변화를 보는데, 할인받는 사람들의 비율을 파악해 물가지수에 반영하고 있다"며 "(데이터 추가 제공을 통해) 실질적으로 요금을 할인받는 사람이 있을까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제한 요금제나 데이터 제공량에 맞춰 사용해 정해진 요금만 내는 고객은 요금 할인 효과로 이어지기는 어렵고, 평소 데이터 제공량을 초과 사용해 기본요금 외에 추가 요금을 내는 사람들은 통신사의 무료 제공 혜택으로 요금 감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평소 추가 요금을 내는 고객이 많을수록 그에 비례해 요금 감면 효과가 커지는데, 누리꾼들은 "평소 추가 요금을 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 효과를 가늠해보기 위해 SKT와 KT 측에 추가 요금 납부 고객이 어느 정도 되는지 문의했지만 "추출된 통계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통계청도 "통신 3사가 구체적인 실행안을 내놓지 않아 현재로서는 반영 여부를 명확하게 답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3월만 저렴한 요금제로 변경할까?"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동통신사와 5G 중간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 확대, 시니어 요금제 출시 등 이용자의 요금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한다고 밝혔다. 뉴스1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동통신사와 5G 중간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 확대, 시니어 요금제 출시 등 이용자의 요금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한다고 밝혔다. 뉴스1

고객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요금 감면 효과를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신사들은 현재 사용 중인 요금제보다 데이터 제공량이 적으면서도 더 저렴한 요금제로 3월 한 달 동안만 변경해 사용하고, 4월에는 기존 요금제로 돌아가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요금제 차액만큼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제한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약정을 체결한 고객과 지금도 최저가 요금제를 사용 중인 고객은 이마저도 소용없다. 삼성전자의 신제품으로 기기 변경을 계획 중인 최모(42)씨도 "초기 몇 개월간은 의무적으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저와 비슷한 입장인 사람들에게도 (데이터 무료 제공이) 아무 의미 없다"고 씁쓸해했다.

그외 고객들 입장에서는 번거롭더라도 두 차례 요금제를 직접 변경해야 하는데, "아직은 요금제 변경 문의가 많지는 않다"(KT 관계자)고 했다.

또 3월에 더 저렴한 요금제로 바꿨다가 4월에 접어들었는데도 기존 요금제로 변경하지 않았다가 데이터 사용량이 기본 제공량을 초과할 경우에는 자칫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우려에 통신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보통 통신사 앱을 통해 데이터를 얼마나 소진했는지 확인하고, 또 데이터가 얼마 남았는지 문자도 고객센터에서 보내주기 때문에 고객이 조금만 신경 쓴다면 (요금폭탄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아니면 사전에 요금제 변경 예약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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