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트는 新관치]
임종룡·김주현, 금융권·당국 정점에
민-관 섭렵, '관치 중심' 지적 제기
"관치 폐해 오히려 잘 알아" 반론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그리고 김주현 금융위원장. 윤석열 정부에서 각각 금융권, 금융당국 정점에 오른 두 사람은 1980년대, 1990년대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에 몸담았던 경제 관료 선후배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공직 생활 퇴직 후 민간에 나갔다, 다시 고위 공직자로 돌아오는 등 민-관의 경계가 다소 흐릿하다.
관치 그림자, 금융권에 어른
공교롭게도 임 내정자가 연초 우리금융지주 수장으로 뽑힌 이후, 윤석열 정부는 고금리에서 비롯된 은행 초과 이익을 집중적으로 때렸고 결국 금융권은 백기 투항했다. 물론 정부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런 평가와 별개로 금융권에 관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고, 그 중심에 민-관을 넘나드는 임 내정자, 김 위원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고시 24회인 임 내정자는 기재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을 끝으로 2013년 공직 생활을 접고 같은 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인 2015년부터 2년간 금융위원장을 맡았고, 7일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됐다.
김 위원장의 경로도 임 내정자와 닮았다. 그는 행시 25회로 2012년 금융위 사무처장에서 내려온 뒤 금융 공기업인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냈다. 2016년, 2019년 각각 민간단체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여신금융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10년 만에 금융위로 복귀했다.
그동안 퇴임 뒤에 기업 등 민간으로 옮긴 관료는 진보-보수 정권을 떠나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임 내정자, 김 위원장처럼 민-관 고위직을 섭렵한 경우는 흔치 않다. 노무현 정부 재경부 장관과 국무총리, 2012~2015년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수행한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비슷하게 민-관을 오간 사례다.
20년 전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 지금은?
일각에선 최근 논란을 사고 있는 금융권에 대한 관치가 연초 금융지주 회장 인사를 통해 심화할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을 다스릴 것이란 의심의 뿌리는 산업화 시기 각종 인허가 규제를 무기로 금융권을 쥐락펴락한 관치 금융에 있다.
카드 사태 때인 2003년 김석동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국장이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공개 발언하는 등 금융권을 향한 정부 개입은 시장 경제가 정착한 2000년대 들어서도 공공연했다.
마침 5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임 내정자뿐 아니라 올해 1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기재부 2차관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이다. 금융당국으로선 정부 사정을 이해하는 공직자 선배가 금융지주 수장으로 있어 정책을 펼치기 좋은 환경인 셈이다.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료 출신이 민간 기업에 있어 민-관 사이 유착 관계를 형성한 경우가 과거 여럿 있다 보니 관치를 곱게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정부 압박에 금융권이 납작 엎드리는 경우가 잦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제동, 치솟는 대출금리 인하 등이 그 예다. 이에 더해 정부는 과도한 은행 성과급, 5대 금융지주 과점 체제 등도 문제 삼고 있다.
정부 입김 당분간 거셀 듯, 관건은 견제
정부가 금융권을 향해 이유 없이 간섭하는 건 아니다.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손 전 회장과 이를 견제하지 못한 우리금융지주 구조, 고금리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 성과급 잔치를 벌인 은행 등을 수술한다는 명분이 있다. 정부 개입이 시장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선의의 관치로 볼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임 내정자, 김 위원장 기용을 관치 심화와 연결 짓는 건 섣부르다는 반론 역시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으로 이동한 공직자 출신은 정부와의 관계에서 협조적일 순 있다"면서도 "다만 민-관을 모두 경험해 본 경우 정부 개입의 문제점을 오히려 잘 파악하고 있어 관치를 더욱 경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을 향한 정부 입김은 당분간 지속될 고금리를 어떻게 통제할지, 그리고 5대 금융 지주 과점 체제 완화를 두고 거셀 수 있다. 관건은 임 내정자 등이 정책 협의란 포장지 아래 이 외풍을 받아들여 관치가 고착화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있다.
관치 방어막의 핵심은 결국 견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임 내정자를 적절하게 감시할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들여보내야 한다"며 "회장, 사외이사 모두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주주가 책임을 묻는 구조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개입을 줄여야 하는데, 금융업에 대해선 계속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것 같다"며 "사람을 통해 금융권에 영향력을 끼치는 건 졸업해야 하고 시스템으로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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