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 주요 대학 반도체학과 정시 합격자 분석
74명 모집에 추가 합격자가 95명...서강대는 5차 추가 모집
서울 주요 대학 '정원 외' 계약학과도 추가 모집 넘쳐
반도체 인력난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반도체학과를 대상으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서울 주요대 반도체학과 합격자 상당수는 등록을 포기해 5차 추가 모집을 한 대학까지 나왔다. 게다가 이 대학들은 대부분 모집 정원 규제도 받지 않는 계약학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원인 진단과 처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종로학원이 서울 주요 5개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정시 결과를 분석한 결과 모집정원 74명에 충원인원(등록 포기자)이 9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4명을 뽑는데 예비번호 95번까지 붙었다는 뜻이다. 등록 마감일인 16일까지 이 대학들의 추가모집 횟수는 평균 4회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연세대는 10명 모집에 충원 인원이 13명(추가모집 3차), 고려대는 11명 모집에 7명(4차)이었다. 올해 반도체 관련 학과를 새로 꾸린 서강대, 한양대는 각각 10명, 16명 모집에 충원 인원이 8명(5차), 44명(4차)에 이르렀다. 동국대는 27명 모집에 충원 인원이 23명(4차)이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 등록포기자 비율이 33%인 반면 반도체 관련 학과에 등록을 하지 않은 합격생 비율은 최소 두 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등록포기자 상당수가 의·약대를 등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정부의 반도체 인재 육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인재 늘리려면 대학 정원보다 처우에 관심 가져야
정부가 반도체 분야 최고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터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서울 주요 대학 대부분은 정원 외로 반도체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어 현실 진단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협약을 맺고 졸업 후 취직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로 반도체 전공을 열었다"며 "계약학과는 교육부 대학 모집정원 규제를 받지 않는 '정원 외' 선발"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상위권 학생들이 의·약대를 먼저 택하는 상황을 바꿔 반도체학과에 진학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파격적 우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올해부터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신입생 90명을 뽑은 카이스트의 경우 입학생이 석박사 과정 후 입사를 원하면 삼성이 졸업 때까지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산학협력단장을 맡았던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의대 선호는 의사가 경기 영향을 덜 받고 정년이 없고 고액 연봉이란 점"이라며 "반도체 전공자를 학부 때부터 파격 대우하고 기업들은 정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 인력이 모자라 이미 일부 기업들은 정년을 없애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은퇴하면 해외 기업에 일자리를 다시 구하는 게 현실"이라며 "반도체학과와 학생들에 대한 처우가 달라지고 있음을 대중에게 적극 알릴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