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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은 25년, 폭탄 맞는 미래 세대

입력
2023.02.20 04:30
수정
2023.02.24 18:0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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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연금개혁 : <1> 왜 개혁을 해야하나?

전병목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병목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사학·군인연금 규모도 재앙 수준
청년 1명이 4명 부양, '노인만 위한 나라'
선진국은 이미 성공, 우리도 늦출 수 없어

공무원연금은 평균수명이 50대 초반이던 1960년에 현재 국민연금 급여수준(40년 가입기준·40% 소득대체율)으로 60세부터 받도록 도입되었다. 이후 급여수준을 2배 이상 늘렸고, 20년 재직하면 연령 불문하고 퇴직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바꾸었다. 이런 방만운영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재정 불안정이 본격화됐고 수차례 제도 개편에도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그래픽=김대훈기자

그래픽=김대훈기자

2001년, 연금적자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국가 지급보장조항이 도입됐다. 2010년 개편 때는 재직자 56%의 연금은 삭감하지 않고, 고통을 신규 가입자에게 전가했다. 2016년 개편에서 인사혁신처의 '급여 대폭 삭감을 통한 재정안정' 대신 '2035년까지 급여를 소폭 삭감하며 보험료는 더 인상하는 중단기 처방'을 채택한 뒤에는 날이 갈수록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예산만 5조2,000억 원에 달하고 향후 8년, 즉 2030년까지의 누적 보전 예상액만 40조 원이 넘어간다.

연금개혁 반대가 거센 프랑스가 연금개혁으로 2030년까지 절약하려는 규모가 18조∼24조 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실상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우리나라인 셈이다. 실제로 미진한 개혁으로 매년 미래세대의 부담이 쌓여가고 있다. 2021년에만 공무원연금 운영원가의 52%가 전가됐다. 126만 명 공무원 재직자를 위한 공무원연금 운영원가는 29.6조 원인데, 공무원과 국가의 부담은 14조 원에 불과했다. 그 차액인 15조 원이 또다시 미래세대에 떠넘겨졌다. 2021년 공무원(904조 원)과 군인연금 연금충당부채가 총 1,138조 원에 달하는 이유다.

그래픽=김대훈기자

그래픽=김대훈기자

24조 원 적립금을 보유한 사학연금 미적립부채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미적립부채란 지급을 약속한 연금액 중에서 부족한 액수를 의미한다. 2016년 98조 원이었던 사학연금 미적립부채는 매년 10조 원 넘게 증가, 최소 160조 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900조 원 적립금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도 1,5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로라면 초저출산으로 가뜩이나 인구가 부족할 미래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재앙을 떠안게 된다. 2023년 출산율은 0.73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그해 25만 명도 태어나지 못함을 의미한다. 지금 구조라면 이들은 한 해 70만∼100만 명 태어난 윗세대를 부양해야 하는데, 2055년 기금이 소진되면 즉시 보험료를 26.1%로 올려야 하고, 2080년에는 34.9%까지 인상해야 한다(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그래픽=김대훈기자

그래픽=김대훈기자

이 글을 쓰기 전에 충남대 황세웅 학생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김강진 학생을 통해 청년층의 국민연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 인식은 충격적이다. '노인만을 위한 나라', '대국민 폰지사기', '수급액은 그대로, 착취당하는 2030', '국영 루나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아들과 손자들을 안심시키려면 그들도 사망할 때까지 연금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70년 후인 2093년까지도 재정안정을 달성해야 하는 이유다.

2093년에도 1년 치 연금 지급액을 확보하려면 현재 9%인 보험료를 17.86%까지 인상해야 한다. 그것도 2025년에 모두 올린다는 극단적 가정에서 나온 수치다. 10년이나 늦은 2035년에 올린다면 20.73%로 3%포인트 더 올려야 한다. 하루라도 개혁을 서둘러야 함을 숫자가 보여주고 있다. 이 모두가 우리 세대가 지난 25년 동안 단 1%포인트도 올리지 못하고 주저한 후과이다.

그래픽=김대훈기자

그래픽=김대훈기자

주목할 점은 우리보다 여건이 나은 국가조차 고통스러운 개혁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 자동안정장치를 채택한 국가가 OECD 회원국의 70%에 달하고 있어서다. 차일피일 미뤄 온 우리와 대비된다. 2018년 재정계산 이후 허송세월하다 보니, 그동안 동일한 재정안정에 필요한 보험료율이 1.66∼1.84%포인트나 늘었다. 개혁의 시급성을 알려주는 산 증표다. 서둘러 국민연금·기초연금,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모두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만 하는 이유다.

글 싣는 순서-연금개혁

<1> 왜 연금개혁인가? (윤석명)
<2> 연금개혁 국제동향 (윤석명)
<3> 노후소득보장의 적정성 (오건호)
<4> 다층적 노후소득체계 (양재진)
<5> 국민연금과 노후소득보장 (김태일)
<6> 세대형평·공적연금 지속성 (이창수)
<7> 국민연금기금 효율적 운용 (박영석)
<8> 3대 직역연금과 국민연금 (윤석명)
<9> 노동·교육개혁과의 연계 (이근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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