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해지는 '내(內)지 vs 표(表)지' 갈등
양대노총 17일 대응 지침 "법적 대응"
노동조합 회계장부 제출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관련 서류를 제대로 비치·보존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 "내(內)지를 내라"고 거듭 요구하고, 양대노총은 "표(表)지 제출이면 충분하다"며 맞서는 중이다.
정부는 2주간의 시정 기간 이후에도 제출이나 소명을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와 현장 조사 등으로 압박 수위를 올렸는데, 양대노총은 산하 노조들에 "내지 제출에 불응하라"는 지침을 재차 내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고발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서겠다며 응수하고 있다.
과태료·현장조사 경고에...양대노총 "내지 제출 말라" 재차 지침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전날 가맹조직에 '부당한 행정개입 민주노총 3차 대응 지침' 공문을 발송했다. 회계 자료 추가 제출 요구는 물론 자료 제출 등을 이유로 한 고용부의 방문을 거부하고, 정부가 과태료를 부과하면 공동으로 과태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한다는 게 공문의 골자다.
이날 한국노총 역시 지침을 하달해 "내지 제출을 추가로 요구하면 거부하고, 현황을 노총과 소속 연맹에 보고하라"면서 "내지가 누락됐다는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될 경우 한국노총과 회원조합이 공동으로 이를 취소하라는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자진납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양대노총의 대응 지침은 지난해 말 시작된 회계장부 갈등의 연장선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고용부는 노조가 회계장부 비치·보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자율점검결과서와 증빙 자료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대상 서류는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및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최근 3년치다. 항목마다 표지와 내지를 1장씩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노조는 "내지는 제출 말라"는 지침을 내려 대응했다. 고용부는 전날 대상 노조의 36.7%(120곳)만 자료를 전부 제출했고 46.8%는 일부 제출에 그쳤다는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가 불신을 자초한다"고 강하게 비판한 고용부는 압박 수위를 올려 2주의 시정 기간에 자료를 추가 제출하지 않거나 미제출 사유를 소명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현장 조사까지 실시한다고 경고한 상태다.
장관 고발 등 법적 대응 불사..."헌법소원도 할 것"
정부의 강한 압박에도 양대노총은 '명백한 월권이며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현행법상 노조에 보고 의무가 있지만, 이마저도 헌재 판결에서는 행정관청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만 해당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조합원·이해관계인의 민원, 진정, 신고 등이 접수되면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처럼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부당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고용부가 제재에 돌입한다면 이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고,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서기로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 자료 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법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부당한 정부 개입이자 위법한 월권행위"라며 "위법한 현장 조사, 출석 요구, 자료 제출 강요 행위는 충분히 범죄 혐의가 있고 헌법소원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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