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감정 감안해 연주 안 했지만,
그동안의 배려가 지나친 측면 있어"
이도훈 외교부 2차관, 축하연 참석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이달 23일) 기념 축하연에서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가 처음으로 연주됐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서울에서 일왕 생일 축하연이 열린 것은 2018년 12월 이후 약 4년 만이며, 나루히토 일왕이 2019년 5월 즉위한 이후 처음이다. 한국 정부에선 외교부 이도훈 제2차관이 대표로 참석해 축사를 했다.
산케이는 과거 서울에서 열린 일왕 축하연에선 한국의 반일 감정을 감안해 기미가요를 연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행사를 주최한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 역시 그동안 기미가요 연주를 자제했다며 “한국 참석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같은 관계자는 "(그런 배려가) 지나친 측면도 있었다”면서 “대사관이 (주재국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 자기 국가를 연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흐름 속에서 이번에는 ‘(일본) 본연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한국의 애국가와 함께 기미가요를 연주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기미가요가 연주된 것은 한국 국민의 반일 정서를 또다시 건드릴 수 있다. 축하연을 앞두고 "주한 일본대사관이 한국 국민의 정서를 의식해 참석자 규모를 줄였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매년 각국 재외공관 주최로 일왕의 생일잔치를 한다. 한국 여론은 매번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8년 12월 열린 축하연에선 당시 조현 외교부 1차관이 축사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13년 한국무역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 지난해 4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기미가요는 군국주의 일본 상징 노래" 주장도
메이지(明治·1868∼1912) 시대부터 일본의 국가로 사용된 기미가요는 태평양전쟁 후 폐지됐다가 1999년 국가로 법제화됐으며 학교 입학식·졸업식 등에서 의무 제창하는 노래다. 가사에 ‘임의 치세는 천 대(代)에, 팔천 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구절이 있다.
기미가요를 비판하는 이들은 가사 중 ‘임’이 ‘일왕’을 의미하며 기미가요는 일왕의 치세가 영원히 이어지길 기원한다는 점에서 '군국주의 일본'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교사 시절 기미가요 제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고 재임용에서도 탈락한 교사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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