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지원비 삭감'에 항의... 수천명 거리로

15일 중국 후난성 우한시의 중산공원 일대에서 퇴직자들에 대한 의료지원비 삭감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화면 캡처
중국 일부 지역에서 노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다. 퇴직자들에게 지급돼 온 의료보조금이 삭감된 데 따른 항의 표시다. 지난해 말 중국 곳곳에서 일어난 '백지 시위'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성난 민심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번 시위는 주로 노인들의 불만 표출이라는 점에서 '백발 시위'로 불리고 있다.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전날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에서 퇴직 노인 수천 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현장에선 "의료보조금 삭감을 반대한다" "단결이 힘이다" "정부는 약속을 지켜라" 등의 구호가 쏟아졌다. 중국은 개인별로 일정액을 지원하는 의료보조금 제도를 운용하는데,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의료 서비스에 민감한 노령층에겐 꽤 중요한 사회보장 혜택이다.
의료지원비 3분의 1로 삭감
하지만 우한시는 최근 의료보험 제도를 개정하면서 퇴직자 대상 의료보조금을 월 260위안(약 4만9,000원)에서 83위안(약 1만6,000원)으로 줄였다.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그리고 노인들이 이에 분노하며 거리로 뛰쳐나간 셈이다. 우한시 내 은퇴 노인은 200만 명에 이른다.
다롄시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퇴직자 노인들의 시위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라, 구체적인 시위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의료 보조금 삭감의 주요 원인으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목된다. 중국은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든 중국인에 대해 1~3일마다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실시해 왔다. 검사 비용은 각 지방정부가 부담했다. 약 3년간 막대한 예산을 이 정책에 쏟아부은 탓에 의료보조금 지급 액수를 줄였다는 분석이다. FT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풀렸으나 지방정부 예산은 고갈됐다"며 "특히 우한의 건강보험기금은 큰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백지 시위 3개월 만에 또 대규모 시위
중국 국가의료보장국은 "의료보험 개혁은 배분 방식을 바꾸려는 것으로, 제로 코로나에 따른 재정난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보조금을 덜 받는 대신 병원에 지불하는 의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시위대는 이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중국 주요 도시에선 지난해 11월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뜻을 담은 백지 시위가 잇따라 개최된 바 있다. 그런데 석 달 만에 우한에서 또다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는 사실에 외신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강력한 검열과 통제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중국인들의 행동이 더 대담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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