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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수 늘리는 게 돈 잔치 해법 아니다

입력
2023.02.17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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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공감하나 구조개편은 큰 틀서 논의해야
지금은 투명한 시스템 정비에서 해법 찾을 때

16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서민을 힘들게 하는 고금리 수익으로 은행권의 퇴직금·성과급 등 '돈 잔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은행권은 서둘러 10조 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과도한 돈 잔치로 여론의 매서운 질타를 받고 있는 은행업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인 구조개편에 나설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은 엊그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과 통신업계를 향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만들어 보고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근본 원인이 대형 은행들의 과점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인데, 이달 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본격 수술에 나서겠다고 한다. 벌써부터 은행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춰 ‘완전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거나, 은산분리(은행과 산업 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부의 강도 높은 조치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만큼 은행들이 비판받을 일은 차고 넘친다.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려 챙긴 이자수익이 5대 금융그룹에서 49조 원에 달한다. 전체 이익의 90%가 넘는다. 이 돈으로 일반 직장인들은 상상도 못 할 수준의 막대한 성과급과 퇴직금 잔치를 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성과급 총액은 전년보다 36% 늘었고, 퇴직자들은 많게는 1인당 10억 원을 챙겼다. 코로나19로 줄였던 영업시간을 원상 복구할 수 없다고 버티기까지 했다. 서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이익으로 자신들의 배만 채운 것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고강도 압박 발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모두 동의한다”며 맞장구를 쳤겠는가.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철해져야 한다. 지금의 과점 체제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은행산업 경쟁력과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부실 은행들을 통폐합해 대형은행을 육성한 결과다. 돈 잔치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은행 수를 다시 늘리자는 건 너무 성급하다. 라이선스를 쪼개 은행 수를 늘린다고 시장 경쟁이 알아서 활성화되지도 않을 것이다. 외려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다. ‘메기’ 역할을 기대했던 인터넷은행조차 지난해 금융그룹을 웃도는 이자수익을 챙기지 않았나. 구조개편은 단순히 돈 잔치 해법이 아니라 은행산업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긴 안목으로 논의돼야 한다. 지금은 시스템 정비가 우선이다. 예대금리와 가산금리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금리 담합 등 시장지배적 행위를 잘 감시하고, 공적 역할에 걸맞은 사회공헌을 할 수 있게 제도화해야 한다.

통신업계 구조개편도 마찬가지다. 제4 이동통신사 설립은 충분히 검토할 만하지만, 지금까지 7차례나 무산됐을 만큼 호응도가 높지 않았다. 통신사가 3곳에서 4곳으로 늘어난다고 확 달라지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효과 분석이 우선이다. 급하거나 과하면 체한다. 초가삼간을 태우지 않고 빈대 잡을 방안을 지금부터 차분히 논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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