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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주말에 몰래 파는 가품까지 잡아낸다…아예 가품 찾아나선 롯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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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주말에 몰래 파는 가품까지 잡아낸다…아예 가품 찾아나선 롯데온

입력
2023.02.24 04:30
수정
2023.02.24 06: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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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취소 비율 분석…가품 의심 사례 발굴
판매자 소명 없으면 퇴출·고객은 전액 환불
외국인·해외거주 판매자 입점 심사도 강화

15일 롯데온 공식 홈페이지 내 인기 검색어 순위. 유독 가품 문제가 잘 발생하는 패션 분야에 고객 관심도가 집중돼 있다. 롯데온 홈페이지 화면 캡처

15일 롯데온 공식 홈페이지 내 인기 검색어 순위. 유독 가품 문제가 잘 발생하는 패션 분야에 고객 관심도가 집중돼 있다. 롯데온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난달 국내 한 유명 의류 브랜드를 베낀 제품을 팔던 판매자가 전자상거래(e커머스) 롯데온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설 연휴 감시가 소홀할 것으로 생각하고 정품 아닌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는데 롯데온이 이를 알아차린 것. 회사 측은 곧바로 판매를 막고 해당 업체에 설명을 요구했다. 가품을 산 모든 고객에게는 연락해 전액 환불해 준 반면 판매자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명품·패션업계가 가짜 문제로 시름하는데 롯데온이 올해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가품 찾기 속도전을 펼치고 나섰다. 보통 고객의 가품 의심 신고가 접수된 뒤에야 진짜인지 아닌지를 따지곤 하는데 누구보다 먼저 이를 찾아내고 빨리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고객 신고 들어오기 전에…가품 먼저 찾아낸다

롯데온이 가품 관리를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고객 구매 취소 분석 항목들. 롯데온 안전거래센터 홈페이지 캡처

롯데온이 가품 관리를 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고객 구매 취소 분석 항목들. 롯데온 안전거래센터 홈페이지 캡처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최근 '24시간 가품 알람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갑자기 구매 취소 비율이 크게 높아지거나 고객의 정품 확인 질문에 성의 없이 답변하는 경우가 의심 대상이다. ①가품으로 파악이 되면 담당자가 모인 대화방에 즉시 알람이 뜬다. 이후 ②사실을 확인하면 해당 판매자의 상품 판매 및 등록을 차단한 후 정산 대금 지급을 보류한다. 이후 ③판매자에게 설명을 요구했지만 소명이 충분히 안 되면 판매자를 퇴출하고 구매 고객에게 환불한다.

회사 측은 가품은 특히 공휴일이나 주말에 풀리는 경우가 많은데 24시간 시스템을 이용하면 감시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대신 머신 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시스템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예전엔 가품이라는 키워드만 선별했다면 지금은 더 다양한 키워드와 리뷰, 이미지 등을 찾아내 스스로 학습한다"며 "데이터가 쌓이면 더 많은 가품 사례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가품과 위해상품 등 상품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전담 부서 TNS(Trust&Safety)도 꾸렸다. 실제 업무에는 TNS 담당자 다섯 명과 자체 운영 중인 안전거래센터, 유해성 등을 분석하는 롯데중앙연구소까지 총 20명의 직원들이 투입됐다.



'가품 70%'는 외국인 판매자…입점 심사도 강화

15일 롯데온의 가품 점검 및 관리를 담당하는 TNS팀과 상품기획자(MD)가 가품 문의가 들어온 상품을 확인하고 있다. 롯데온 제공

15일 롯데온의 가품 점검 및 관리를 담당하는 TNS팀과 상품기획자(MD)가 가품 문의가 들어온 상품을 확인하고 있다. 롯데온 제공


가품 문제가 많이 생기는 외국인·해외거주 판매자는 사람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 기존에는 광학식 문자판독기(OCR)를 통해 자동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판매를 허가했지만, 이번 달부터는 담당자가 판매자 연락처를 직접 연결해 보는 식으로 더 꼼꼼하게 서류를 검토한다. 판매 이력 등을 확인해 오픈마켓 판매를 처음 하는 '초짜 판매자'도 과감히 걸러낸다. 가품 판매자들이 사업자 이름만 바꿔 중복 입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롯데온은 반송지 주소, 비슷한 패턴의 이메일 등 점검 요소 항목을 늘릴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한때 판매자를 많이 확보해 상품 가짓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고객 피해를 줄여 플랫폼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먼저라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가품을 팔 잠재적 위험이 있는 판매자들을 걸러내고 입점 기준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검증된 판매자를 통해 소비자들에게서 믿음을 얻으면 매출은 자연히 늘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온이 가품 잡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론칭한 뷰티, 패션, 럭셔리 전문관이 3년 동안 이어졌던 적자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효자 사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 수익이 오르면서 롯데온은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3% 증가한 225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265억 원 개선됐다.

다른 e커머스도 가품을 막기 위한 장치를 적극 설치했다. SSG닷컴은 자체 심사를 통해 뽑은 명품 브랜드에 대해 대체불가능토큰(NFT) 인증서를 발급하며, G마켓과 옥션은 제품 수령 후 7일 안에 고객이 신청하면 감정을 해주는 명품 감정 서비스를 무료 제공한다. 세 곳 다 고객 의심 신고로 조사해 상품이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구매 금액의 200%를 돌려준다.

명품 플랫폼은 가품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한국명품감정원 등에 검증을 맡긴 후 가품 판정 시 200~300% 보상을 진행한다. 이 외에 트렌비는 지난해 한국정품감정센터를 세워 명품 전문 감정사를 양성하고 있다. 머스트잇은 법무팀을 통해 피해 고객 대신 가품 판매업체에 대한 소송도 진행한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 입장에선 판매자가 상품 판매하는 걸 미리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결국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모니터링하고 조치를 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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