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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억원짜리' 보잉 럭셔리 항공기, 딱 30시간 비행하고 해체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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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억원짜리' 보잉 럭셔리 항공기, 딱 30시간 비행하고 해체된 사연

입력
2023.02.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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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사우디 왕세제 죽자 10년 떠돌아
파격 세일 나섰지만 인수자 안 나타나
'비행기의 무덤' 애리조나서 해체 작업

보잉사의 747-8 기종. 보잉 홈페이지 캡처

보잉사의 747-8 기종. 보잉 홈페이지 캡처

고작 30시간 하늘을 날고 영영 사라진 '비운의 비행기'가 있다. 세상에 첫선을 보일 당시 가격이 3억5,000만 달러(약 4,500억 원)에 달했던 귀하신 몸이지만, 인수 계약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제가 갑자기 사망하며 10년 넘게 떠돌았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미국 보잉의 747-8을 개조한 '보잉 비즈니스 제트(BBJ)'가 단 30시간을 운항하고 분해될 운명에 처했다고 전했다. 항공사에서 쓰는 보잉 747이 평균 10만 시간을 비행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정부나 기업의 전용기 목적으로 쓰이는 BBJ 747-8은 탑승 정원이 400여 명일 정도로 넓다. 이는 BBJ 가운데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크기다. 다만 BBJ 747-8은 지나치게 크고 비싸 널리 판매되지는 못했다.

항공 분석업체 시리움의 코너 다이버는 "BBJ 747-8은 총 10대가 제작됐는데, 폐기에 들어간 건 이 비행기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비행기의 다른 형제들은 이집트와 쿠웨이트, 모로코, 카타르 정부 소유로 여전히 하늘을 누비고 있다.

이 비행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1순위 왕위 계승자였던 술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제의 소유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수를 앞둔 2011년 10월 왕세제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럭셔리 전용기로 내부를 개조하기 위해 스위스 바젤 국제공항으로 향했던 비행기는 그곳에서 날개를 접고 10년을 머물렀다.

2017년 몸값을 9,500만 달러(약 1,219억 원)로 낮췄지만 사겠다는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비행기를 사더라도 수백억 원의 내부 개조 비용을 따로 들여야 한다는 점도 판매의 걸림돌이었다. 연비 효율이 높지 않아 승객용이나 화물용으로 전환하기도 어려웠다. 리처드 아불라피아 에어로다이내믹 어드바이저리 상무이사는 "사우디의 왕을 빼면 누구도 4개의 엔진이 달린 전용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잉사는 2022년 4월 비행기를 다시 사들였다. 노후·퇴역 비행기를 보관해 '비행기의 무덤 혹은 양로원'으로 불리는 미국 애리조나주(州) 파이널 에어파크로 옮겼다. 이때 이뤄진 바젤발 운항이 이 비행기의 마지막 비행이었다. CNN은 해당 비행기가 사실상 해체됐다고 전했다. 새것이나 다름없는 엔진은 가장 먼저 제거됐고, 가치 있는 부품들도 떼어진 상태로 알려졌다.

보잉 747-8의 평균 수명은 30년.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한 채 10년을 땅에서 지내다 영원히 사라진 이 비행기의 등록 기호는 'N458BJ'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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