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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천하람 '청년정치' 돌풍, 민주당선 없는 까닭

입력
2023.02.18 04:30
수정
2023.02.18 09:44
13면
0 0

민주당 중앙위 컷오프 권한
'신인' 돌풍에 걸림돌
민주화운동 세대 성공 경험
새 질서에 '장벽' 되기도

편집자주

자기주장만 펼치는 시대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찰력’(인사이트)이 아닌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관점’(아웃사이트)이 필요합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격주로 여러 현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고정관념을 넘은 새로운 관점의 글쓰기에 나섭니다.

요즘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 경선이 한창이다. 전당대회는 3월 8일이다. 국민의힘 경선은 ‘관심 끌기’에 제대로 성공했다. 관심 끌기 초점은 몇 차례 바뀌었다. 유승민 1위 → 선출방식 변경 → 나경원 1위 → 안철수 1위 → 천하람 돌풍 순서다.

처음 국민 여론조사 1위는 유승민 전 의원이었다. 그러자 유 전 의원의 당선을 막기 위해 선거제도를 바꿨다. 원래는 여론조사 30%, 당원투표 70%였다. 그런데 당원투표 100% 방식으로 바꿔 버렸다. 혹시라도 모를 유 전 의원의 1등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불출마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위는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나 전 의원을 공격했다. 나 전 의원도 결국 불출마했다. 나 전 의원 사퇴 직후,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폭등했다.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1:1 가상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조사가 많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윤 대통령은 2월 5일,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서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敵)”이라고 공격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윤 대통령 수준으로 노골적으로, 공개적으로 대표 경선에 개입한 사례가 있을까 싶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해꾼과 그 적”이라는 노골적인 공격 이후, 안 후보의 지지율은 꺾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김기현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가 더 많아졌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 대표는 김 후보 당선이 유력해 보인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그저 그런 전당대회가 될 찰나였다.

윤석열(왼쪽 사진부터)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첫 번째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14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천하람 후보가 13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뉴스1.

윤석열(왼쪽 사진부터)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5일 첫 번째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14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천하람 후보가 13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뉴스1.


‘원외 청년’ 천하람 후보의 지지율은 16.5%로 3위

그런데 새로운 볼거리가 등장했다. 천하람 후보의 선전이다. 천 후보는 1986년생, 현재 37세다. 이준석 계열에 속한다. 2021년 6ㆍ11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되던 당시 이준석은 36세였다. 이준석은 36세 돌풍, 천하람은 37세 돌풍이다. 이준석 계열은 이번에 분야별로 1명씩 다 출마했다. 대표는 천하람, 최고위원은 김용태, 허은아, 청년 최고위원은 이기인 후보가 출마했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2월 11일~13일 3일간 조사했고(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 지지층에 국한된 조사다. 김기현 후보 38.6%, 안철수 후보 29.8%, 천하람 후보 16.5%, 황교안 후보 10.7%가 나왔다. 천 후보는 황 후보보다 5.8%포인트 더 높게 나와 3위를 차지했다. 5선 의원인 조경태 의원과 4선 의원인 윤상현 의원은 컷오프에서 떨어졌다. ‘원외 청년’인 천하람은 컷오프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천 후보의 연령별 지지율은 더 흥미롭다. 18, 19세가 포함된 20대만 살펴보면, 천 후보가 1위다. 20대 기준으로, 천하람 31.8%, 안철수 31.7%, 김기현 16.4%, 황교안 13.1%다. 천 후보는 50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20.3%를, 30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9.3%를 받았다.


이준석-천하람 돌풍이 왜 민주당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2021년 이준석 돌풍, 2023년 천하람 돌풍을 접하면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왜 이런 일이 민주당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인가?”다. 국민의힘 청년들은 더 유능하고, 더 용감한 것인가? 민주당 청년들은 덜 유능하고, 덜 용감한 것인가? 왜 유독 국민의힘에서만 ‘청년 돌풍’이 반복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 역시 세대효과 개념, 세대효과에 입각한 유권자 3분법이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지난번 글(1월 7일, 3번째 세대교체 물결이 다가온다)을 통해 세대효과와 연령효과의 개념. 세대교체 30년 주기 패턴. 세대효과를 고려한 유권자 3분법과 유권자별 특성을 살펴봤다. 크게 세 가지 지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2030남성은 국민의힘 지지성향이 강하고, 2030여성은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했다. 2030세대는 기존 세대에 비해 ‘무당파적’ 성향이 짙다. 그런데 2021년 4ㆍ7 재보선과 2022년 3ㆍ9 대선을 치르면서 남성과 여성의 지지성향이 확 갈라졌다.

둘째, 세대별로 볼 때, 6070 이상 세대는 국민의힘 지지성향이 강하다. 4050세대는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하다. 국민의힘 지지세력은 2030남성ㆍ6070 이상 세대가 한 묶음이다. 민주당 지지세력은 2030여성ㆍ4050세대가 한 묶음이다. 이를 정리하면 ‘표2’와 같다.

표2_세대 및 성별 지지정당 성향

표2_세대 및 성별 지지정당 성향


국민의힘은 할아버지당, 민주당은 삼촌당

셋째,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세대와 세대의 ‘간극’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2030여성과 4050세대의 사회문화적 간극이 상대적으로 가깝다.(C↔D)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경우, 2030남성과 6070 이상 세대의 사회문화적 간극이 상대적으로 더 멀다.(A↔B)

2030남성과 6070 이상 세대의 사회문화적 간극이 더 먼 경우,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2030남성 집단은 6070 이상 세대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오히려 ‘독자적 정체성’을 갖기가 용이하다. 2030여성 집단은 4050세대와 사회문화적 간극이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독자적 정체성 정립에서 불리하다.

비유해서 표현하면, 2030남성 입장에서 국민의힘은 ‘할아버지 당’이다. 2030여성 입장에서 민주당은 ‘삼촌 당’이다. 사회문화적 간극은 할아버지 정당이 더 멀고, 삼촌 정당이 더 가깝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할아버지 정당에서 ‘청년의 독자결집’이 더 용이하다. 삼촌 정당에서 청년의 독자결집은 더 불리하다.

다만 세대효과 측면에서 2030남성의 보수성향과 6070 이상 세대의 보수성향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6070 이상 세대가 ‘냉전+안보 보수’였다면, 2030남성은 ‘탈냉전+시장 보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이준석은 북한 방송을 한국에 완전히 개방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놀라운 발상이었다. 과거 6070 보수세대는 북한 방송을 법으로 금지해서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려고 했다. 최근 2030 청년보수는 북한 방송을 전면 공개해서 대한민국의 체제 우월성을 보여주려 했다. 최근 천하람 대표 후보를 비롯한 김용태,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제주 4ㆍ3 평화공원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4ㆍ3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액 상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탈냉전 보수’의 면모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세대연합 성공 없이 2024년 총선승리는 없다

물론 민주당이 되돌아봐야 할 내부 문제도 있다. 예비경선 중앙위원회 100% 컷오프 제도의 문제점이다. 민주당 이경 상근 부대변인이 문제제기한 지점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컷오프 권한을 ‘중앙위원회’가 갖고 있었다. 중앙위원회는 당내 조직 및 계보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신인 돌풍’을 가로막는 장벽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국민의힘 컷오프 방식은 3개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를 토대로, 여론조사에 근거했다. 민주당도 이번 국민의힘 컷오프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본인들이 ‘문화적으로’ 더 진보적이고, 더 개방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역사에서 성공의 경험이 한 세대를 지나 새로운 질서의 ‘질곡’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매우 흔한 일이다.

2030세대는 ‘새로운 유권자 세대’의 출현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민주당 입장에서도 기존의 문법과 다른 유권자 집단의 출현이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세대 연합’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3ㆍ8 전당대회에서 천하람의 득표율 수준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탈냉전+시장 보수 성향을 갖는 ‘청년보수’의 정치적 지분을 보여주는 지표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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