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대구지하철참사부상자가족대책위원장 인터뷰]
3년이면 정리될 줄 알았는데 어느덧 20년
보듬지 못한 부상자 가족들 안타까워
부상자 지원조례도 올해가 끝이라 걱정
이동우(79)씨는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참사가 터지기 전까지 평범한 시민이었다. 하지만 사위가 큰 부상을 당하면서 환갑을 목전에 둔 그의 인생도 달라졌다. 치료에 힘들어하는 건 이씨만의 일이 아니었다. 수년의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부상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대구지하철참사부상자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년이 된 지금까지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15일 한국일보와 만난 이 위원장은 대뜸 "우리 사회가 20년간 후유증에 시달려온 부상자들의 남은 일상을 절대 외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참사 발생 직후 부상자들에 대한 부실한 진단과 치료가 또 다른 피해로 연결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참사 당시 뜨거운 화염을 마신 부상자들의 치료는 외면당했다"며 "부상자 중 한 명은 밤에 차량 불빛만 봐도 몸에 물을 끼얹고 숨는 불안 증세를 보이다 결국 눈을 감았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부상자 가족을 제대로 보듬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부상자 한 명을 간병하려면 가족 중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며 "경제적인 부담에 가정이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3년 정도면 상처가 모두 아물고 참사와 관련된 모든 논란들이 정리될 줄 알고 버텼는데 어느덧 20년이 흘렀다"며 "가정은 풍비박산 나고, 직장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한 부상자들을 보면서 대책위 활동에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당초 이 위원장은 대구지하철참사 백서에 부상자 구술 내용을 담는 지난해 대책위 활동을 접을 생각이었다. 2009년부터 대구 중구 태평로1가에 사비(월세 100만 원)로 사무실을 운영하다보니 경제적 부담도 계속됐고, 2년 전 낙상사고 후 건강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이 아직 대책위 활동에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부상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그는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이 지금이라도 부상자의 건강상태와 소득 수준 등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부상자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 부상자들을 위한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2019년 만들어진 부상자 지원 조례에서 정한 지원 기간이 올해까지라 걱정"이라며 "참사 직후부터 20년째 부상자 지원을 주장하고 있지만 시가 항상 뒷전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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