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에 '모기기피제·세제' 넣은 유치원 교사, 1심 징역 4년

원아 급식, 교사 커피 등에 유해물질 넣어
법원 "죄책 무거운데 비상식적 변명 일관"
피의자 "뭐가 뭔지 모르겠다" 끝까지 부인

2021년 9월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국공립유치원 이물질 급식사건 엄벌 촉구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 아동 학부모와 단체 회원들이 범행 당사자인 특수교사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생 급식에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등 이물질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유치원 교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윤지숙 부장판사는 16일 특수상해미수 및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50)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10년간 박씨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윤 부장판사는 “동료 교사 음료에 유해성분을 넣고, 보호의무가 있는 아동도 범행 대상으로 삼은 데다 증거 인멸까지 시도했다”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범행을 계속 부인해 죄책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씨는 2020년 11월 근무하던 서울 금천구의 한 국ㆍ공립유치원에서 원생들의 단체급식 카트와 동료 교사의 커피잔, 텀블러 등에 가루세제, 모기기피제 등을 넣은 혐의로 이듬해 7월 구속기소됐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줄곧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급식 카트에 담긴 밥의 양을 가늠하며 무언가를 뿌리는 시늉을 했을 뿐, 실제로는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동료 컵에 담긴 액체가 너무 뜨거워 이를 식혀주기 위해 유해 액체가 아닌 맹물을 넣었다” 등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폈다.

그러나 법원은 △박씨가 보관한 물약병 등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된 점 △급식통, 텀블러 등에 무언가를 넣는 듯한 행동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점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한 점 등을 근거로 공소사실 12개 중 7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윤 부장판사는 “교무실 자리배치로 동료들과 갈등을 빚고, 회계관리와 관련해 원장의 경고장을 받는 등 범행 동기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박씨가 담당하던 유치원 특수반 아동에게 세제가루를 탄 물로 의심되는 액체를 마시게 하거나, 소스통에 유해 액체를 넣는 등 원아 개인을 상대로 한 혐의는 대부분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박씨는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아 왔는데, 이날 실형 선고로 법정 구속됐다. 박씨는 선고 후 울먹이는 목소리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라며 여전히 수긍할 수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선고공판에는 동료교사와 원아 부모 등 피해자 10여 명도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재판이 끝난 뒤 “아이들에게 한 짓이 무죄라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