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억대 사업 '유치전' 과열 되자
강원교육청 "일정 앞당겨 발표"
자존심 대결 따른 후유증 우려도
강원교육청이 추진하는 특수교육원 유치전이 치열하다. 춘천시와 원주시, 강릉시가 뛰어들어 최적지임을 주장하는 등 마치 18년 전 공공기관이 이전할 혁신도시 유치전을 보는 듯 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강원교육청은 특수교육원 설립지역을 최대한 서둘러 발표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세 도시의 유치전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일정을 한 달 앞당긴 것이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타당성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 특수교육원 설립지역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용역보고서에 본원과 함께 분원의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함께 고려하겠다"는 게 강원교육청의 설명이다.
당초 강원특수교육원 부지는 다음달 강원교육청 조직개편과 함께 꾸려지는 추진단을 통해 이뤄질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설립 타당성이 증명된 데다, 유치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어 시기를 앞당기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특수교육원은 말 그대로 특수교육대상자 등을 위한 교육·연구 시설. 장애학생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진로 및 직업교육 등 특수교육 내실화를 위한 강원교육청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직업체험 실습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교육실 등 일반학생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 중이다. 2026년까지 630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형 사업이다.
지난해부터 춘천과 원주, 강릉지역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춘천의 경우 도청 소재지라는 점과 시내에 특수학교가 3곳이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원주는 학생 수가 가장 많고,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져 있다며 최적지임을 강조한다. 강릉은 균형발전을 위해 영동지역에 특수교육원이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 지역이 내세운 논리 모두 타당성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이들 지역은 지자체 주도로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꾸려 서명운동 등 여론전을 진행 중이다. 지방의회는 우리지역이 최적지라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측면지원에 나섰다.
특수교육원 유치를 위해 여야 국회의원이 손을 잡는가 하면, 출향단체까지 지자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과거 특수교육시설을 반대했던 일부 지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 수백억 원대 사업이라 지자체 입장에서 매력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자칫 과열된 유치전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앞서 18년 전인 2005년 혁신도시 유치 경쟁 이후 지역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사례가 다시 소환되는 이유다. 당시 춘천 등 탈락지역에선 강원도정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기도 했다.
교육당국도 유치전이 세 도시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선 특수교육의 당사자의 권익을 중심에 둔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원교육청은 이용자들이 편하게 왕래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지역을 결정하는 대로 부지 선정과 자체 투자 심사를 거쳐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설계비를 반영, 내년 하반기에는 첫 삽을 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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