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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수 "전통시장 '대박', 예산 아닌 민간 아이디어 힘... 행정은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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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수 "전통시장 '대박', 예산 아닌 민간 아이디어 힘... 행정은 거들 뿐"

입력
2023.02.15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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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손길에 '대박' 최재구 군수 인터뷰]
시장 살리기 대성공 인파 몰리며 전국 명소
전국 각지서 '빈 점포 없느냐' 문의 쇄도해
"관은 민간 창의성 못 넘어… 뒤로 빠져야"
"나는 물 갈고 이끼 제거하는 어항 관리자"

최재구 충남 예산군수가 10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예산시장의 지속 성장 방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최재구 충남 예산군수가 10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예산시장의 지속 성장 방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요즘 가장 주목받는 곳은 인구 8만 명의 충남 예산군이다. 백제의 고찰 수덕사와 국내 최대 농업용 저수지인 예당호 정도로만 알려졌던 작고 평범한 고장이 요리연구가 백종원씨가 부린 ‘마술’로 확 바뀌었다. 평일 하루 5,000명, 주말에는 1만5,000명이 예산상설시장을 방문하려고 전국에서 몰려든다.

최재구(53) 예산군수는 “하루하루 바뀌는 모습에 놀라고 있지만, 언제 이 열기가 식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며 “관광객 증가가 생활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지역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동력으로 연결하고 있는 최 군수를 지난 10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백종원씨와 손잡고 추진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지금 예산군과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을 전국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 정도로 사람들이 찾아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파리 말고 사람도 드나드는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 시장 풍경은 깜짝 놀랄 만큼 감동적이다. 지난달 가게 5곳이 새로 문을 연 뒤 1주일 만에 1만 명이 다녀갔고, 2주 만에 3만 명이 찾았다. 최근 한 달 동안엔 10만 명이 다녀갔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직접 접한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일단 상인들 얼굴이 무척 밝아졌다. 얼마나 팔았냐고 물으면 음식점 주인들은 싱글싱글 웃는다. 철물점과 이불집 같은 곳은 큰 덕을 못 보는데도 ‘사람 많이 봐서 좋다’며 웃으신다. 시장통이 북적대자 업종을 변경하고 새로 사업에 뛰어드는 등 상인들도 꿈을 꾸기 시작했다. 시장통은 물론, 예산 전체가 밝아진 것 같다.”

-성공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백종원의 브랜드 파워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그걸 제외하고 얘기한다면 ‘한발 뒤에 물러서 있었던 예산군’이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관이 민간의 창의성을 뛰어넘을 수 없다. 상인들이 편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놀다 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이다.”

-민간 주도였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지금까지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많은 사업이 지자체나 정부 주도로 이뤄졌지만,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예산상설시장이 들썩이다 보니, 지역 부동산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에서 ‘시장통에 빈 점포 없느냐’는 문의가 쇄도한다. 예산군이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다면 지금의 시장 모습은 없었을 거다. 직원들에게도 ‘행정이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 말한다.”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에 투입된 예산은 얼마나 되나.

“많지 않다. 방문객들이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장옥 마당)을 15억 원에 매입해 상인회에 빌려준 게 예산군이 한 것의 전부다. 중요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아이디어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민간(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주변만 돌봤다. 우리는 예산시장이라는 ‘어항’이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물을 갈아주고, 이끼를 닦아줘서 더 많은 물고기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어항 관리자 역할만 했다. 지자체는 어항 속의 화려한 열대어가 되려고 해선 안 된다.”

최재구 충남 예산군수가 10일 예산상설시장 장옥 마당에서 한 종편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재구 충남 예산군수가 10일 예산상설시장 장옥 마당에서 한 종편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다.

-주중에도 대기 줄이 없는 식당이 없다. 지금 분위기가 계속 갈 수 있겠나.

“사실 걱정도 많다. 하지만 다양한 메뉴를 준비 중인 식당들이 늘어날 예정이라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제2, 제3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예당호 주변에 새로운 볼거리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고,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만한 집라인 등 액티비티 시설도 준비 중이다.”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주말이면 읍내 전체가 중고차 시장 같다. 주차시설이 부족하고 장옥 마당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서 먼지도 많이 생겼다. 화장실 확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예비비를 활용해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저녁시간에는 시장 주변이 컴컴해지는데, 안심하고 걸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야간 조명 경관 사업도 추진 중이다.”

-특별히 고민 중인 향후 계획이 있나.

“공주대 캠퍼스가 예산에 있다. 출산율과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학생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이어져, 지역과 대학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방은 젊은이들이 떠나지 않고 머물 때 살아남는다. 개발 규제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최재구 충남 예산군수가 예산상설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변 관광자원 연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예산이지만, 최 군수는 열기가 식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최재구 충남 예산군수가 예산상설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변 관광자원 연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예산이지만, 최 군수는 열기가 식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예산=글·사진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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