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홍승혜 개인전 개최
“해방이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쇼생크 탈출'의 듀프레인은 20년 만에 감옥을 탈출했는데 저는 포토샵 그리드 속에 산 지가 25년이 됐더라고요.” (홍승혜 작가)
이미지 제작·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활용해서 픽셀이 모니터 밖으로 뛰쳐나온 것처럼 보이는 평면·입체 작품들을 제작해 이름을 알린 홍승혜 작가가 '틀'을 깼다. 픽셀 형태를 벗어나 매끄럽고 자유로운 형태의 도형들로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작가 스스로 감옥을 탈출했다고 묘사한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 II’가 이달 9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홍 작가의 작품은 컴퓨터 화면의 기본단위인 픽셀을 조합하거나 분해해 만들어낸 이미지로 유명하다. 평면(그림)뿐만 아니라 입체(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을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뿐만 아니라 소리와 조명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무엇보다 선이 매끄럽게 표현되는 프로그램인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변화의 결과물은 놀랍도록 단순하고 화려하다. 전시장은 모두 3개 관으로 구성됐는데 첫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알록달록한 도형들을 만난다. 일러스트레이터의 단순한 효과들로 레이어(층)를 만들고 쌓아올려 제작한 평면 작품들이다. 미술이 제공하는 근본 목표인 시각적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 제작했다. 두 번째 관에서는 평면에서 도형들을 뜯어내 입체적으로 재조립한 가구형태의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여기서도 픽셀 틀에서 벗어나 별과 꽃, 타원과 같은 다양한 도형을 활용하는, 작가의 변화가 엿보인다.
마지막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앞서서 흩뿌려놓았던 ‘미술적 어휘’들을 한데 모아놓은 작품 '봄이 오면'을 만날 수 있다. 다섯 쌍의 인형들이 꽃이 휘날리는 가운데 춤을 추는 형상의 설치 작품으로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의 색색으로 꾸며져 있다. 여기에 작가가 직접 작곡한 음악과 조명이 더해지면서 이 '어휘'들은 하나의 문장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자연조명이 들어오는 3관은 낮 시간대와 밤 시간대에 작품이 다르게 보인다. 국제갤러리는 매주 수요일마다 오후 8시까지 전시 시간을 연장, 운영한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감정은 바로 '해방감'이다. 작가는 "나는 마티스의 그림을 보면서 근심이 사라지는 상태를 경험한다"면서 "내 전시에서도 관람객들이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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