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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서 여성은 꿈도 못 꾸는 대학... "한국에 온 자체가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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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서 여성은 꿈도 못 꾸는 대학... "한국에 온 자체가 행운"

입력
2023.02.15 04: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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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3명 포함 6명 울산과학대 입학
학생부종합 일반전형 당당히 합격
"성별·국적 차별 없는 한국에 감사
졸업 후 도움되는 사람 되고 싶어"

지난 10일 울산 동구 화암고에서 아이샤(왼쪽부터), 사라, 조흐라, 무스타파씨가 마지막 한글 수업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 4명은 모두 오는 3월 울산과학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에 진학 예정이다. 울산=박은경 기자

지난 10일 울산 동구 화암고에서 아이샤(왼쪽부터), 사라, 조흐라, 무스타파씨가 마지막 한글 수업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 4명은 모두 오는 3월 울산과학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에 진학 예정이다. 울산=박은경 기자

"여성이 공부를 못 하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한국에 왔다는 것 자체가 행운입니다."

10일 울산광역시 동구 화암고에서 만난 조흐라(19)씨에게 대학생이 된 소감을 묻자 가장 먼저 꺼낸 얘기다. 히잡에 마스크까지 쓴 조흐라씨는 지난해 2월 울산에 정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이다. 2021년 8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탈출 행렬이 이어지자, 우리 정부는 양국 간 협력사업에 기여한 79가구 391명을 국내에 입국시켰다. 이들 중 29가구 158명이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 취업해 울산 동구에 터를 잡았다. 158명 중 조흐라씨 등 여성 3명을 포함해 6명이 올해 울산과학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에 합격해 새내기 대학생이 된다.

새내기 대학생 중 여성 3명은 특히 감회가 남다르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여성의 중·고교 교육은 물론 대학 진학까지 금지했기 때문이다. 아이샤(19)씨는 "아프간에선 보통 매년 1월 말 대학입학 시험이 시작되지만, 올해부터 여학생은 응시할 수 없다고 들었다"며 "또래 아프간 친구들과 연락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처음 한국에 도착한 2년 전만 해도 이들은 대학 진학을 꿈꾸기 어려웠다. 당장 한국어부터 익히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네'라는 말에 익숙지 않았다. 아프간어로 '네'라는 발음은 한국어와 달리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조흐라씨는 "처음 한국에서 '네'라는 말을 듣고 괜한 오해를 했다"면서 "'네'라고 하면서도 '아니다'라고 하는 것 같아 지금도 어색하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지난 10일 울산 동구 화암고에서 조흐라(왼쪽), 사라, 아이샤씨가 마지막 한국어 수업을 끝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울산=박은경 기자

지난 10일 울산 동구 화암고에서 조흐라(왼쪽), 사라, 아이샤씨가 마지막 한국어 수업을 끝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울산=박은경 기자

고등학교에 편입했지만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오전 시간에만 각자 교실에서 보낸 뒤 오후에는 아프간 학생들끼리 함께 모여 한국어를 배웠다.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치를 수준은 아니었지만, 수행평가와 내신에 신경 쓴 덕분에 학생부종합 일반전형으로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대학 진학에 성공했지만, 이후의 진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버지가 의사였던 조흐라씨는 치과의사를 꿈꾸고,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샤씨도 외과의사가 되고 싶어한다. 사라씨도 간호사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한국에 온 지 2년 만에 원하는 전공을 찾아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라씨는 “한국어도 서툰 상황에서 1년 수업만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은 많지 않았다”며 “일단 대학에 진학해서 다시 길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비싼 학비도 부담이다. 특히 조흐라씨의 경우 이란성 쌍둥이 동생 무스타파씨와 함께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어 부담이 더 크다. 조흐라씨는 “아프간에선 생활비가 월 15만 원이었다면 한국에선 10배가 더 든다”며 “동생 무스타파는 이달부터 아버지를 따라 조선소 일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의 사연을 알고 있는 울산과학대는 첫 학기 등록금을 일부 지원하고, 이들이 수강하는 수업은 한국어 외에 영어로도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체험과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아프간 출신 새내기들의 바람은 도움을 받은 만큼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선 누구나 노력하는 만큼 꿈을 이룰 수 있다"며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 한국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울산 동구 화암고에서 무스타파씨가 쌍둥이 누나 조흐라씨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울산=박은경 기자

지난 10일 울산 동구 화암고에서 무스타파씨가 쌍둥이 누나 조흐라씨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울산=박은경 기자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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