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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녹색수소' 규칙 제정에… 프랑스-독일 대립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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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녹색수소' 규칙 제정에… 프랑스-독일 대립 이유는

입력
2023.02.14 2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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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기반 수소의 '녹색' 지정 길 열려
원전 비중 높은 프랑스는 "승리" 환영
탈원전 독일은 "재생에너지 아니다"

9일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골페슈 지역의 원전 풍경. 골페슈=AFP 연합뉴스

9일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골페슈 지역의 원전 풍경. 골페슈=AFP 연합뉴스

원자력발전(원전)으로 만든 수소는 재생 가능한 '녹색에너지'일까. 원전에 대한 입장 차에서 비롯된 이 질문이 유럽 내 '수소경제'의 패권 싸움으로 이어지면서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가장 격렬히 충돌하는 나라는 "원전 생산 수소도 녹색수소로 인정해 달라"는 프랑스와, 탈(脫)원전에 앞장서고 있는 독일이다.

유럽연합(EU)을 무대로 벌인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건 프랑스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재생수소'의 조건 등을 정한 규칙을 확정, 유럽의회와 회원국 검토를 거쳐 시행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수소 생산에는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한데, 탄소배출량이 낮은 지역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쓴 수소라면 녹색 딱지를 붙여 주겠다는 게 규칙의 골자다. 수소 생산에 쓴 전력만큼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라는 단서도 달렸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녹색수소는 유럽 탄소중립 사업의 핵심인 만큼, EU 집행위도 1년 가까이 머리를 맞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소 생산에 화석연료를 쓰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끌어올리는 '묘수'를 위한 논의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생수소에 대한 새 규정은 다시 EU를 쪼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에도 원전이다. 원전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지만 위험성도 커 논란이 여전한데, 이를 이용한 수소도 녹색수소가 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다만 EU의 저탄소 기준이 까다로워 이를 충족하는 국가는 현재 프랑스와 스웨덴뿐이다. 프랑스는 원전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스웨덴은 에너지의 45%와 40%를 각각 수력과 원자력에서 만든다.

2020년 독일 필립스부르크에서 가동이 영구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냉각탑 2개동 가운데 한 곳에서 발파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필립스부르크=EPA 연합뉴스

2020년 독일 필립스부르크에서 가동이 영구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냉각탑 2개동 가운데 한 곳에서 발파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필립스부르크=EPA 연합뉴스

프랑스는 EU 규칙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프랑스 에너지전환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프랑스에 특히 중요하다"며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에너지부 장관의 승리"라고 말했다. 파니에뤼나셰 장관은 프랑스가 이미 원자력으로 저탄소 발전을 이뤘다고 주장해 왔다. WSJ는 "원자력이 전체 전력의 약 70%를 생산하는 프랑스가 해당 조항을 위해 로비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탈원전을 추진 중인 독일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독일은 원전이 아닌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수소만 녹색수소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원자력은 재생에너지가 아닐뿐더러, 이것으로 만든 수소도 녹색수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U의 한 외교관은 이번 규칙에 대해 "프랑스와 스웨덴의 승리"라며 "독일의 우려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앞서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원전 포함 여부를 놓고 프랑스가 이끄는 '찬성파'와 독일로 대표되는 '반대파'가 맞붙은 바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양강, 프랑스와 독일의 대결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규정은 원전으로 만든 수소 자체를 재생수소로 보거나 원전을 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킨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EU는 "(원자력 등) 저탄소 연료를 쓴 수소를 '저탄소수소'로 정의하는 논의는 따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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