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근 한국콜마 기술연구원 부원장 인터뷰
"색조 강세 중동에 피부 보습 내세운 더마화장품 선보인다"
지난해 용기 업체 연우도 인수... '원스톱' 생산 강점
이집트와 요르단이 인접한 홍해 해안에 서울의 44배 크기인 친환경 스마트시티 '네옴시티'를 짓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계획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도 '중동 붐'을 불러일으켰다. 화장품 업계는 중동 화장품 시장을 30조 원 규모로 보고 있는데, 지역 내 눈에 띄는 제조업체들이 거의 없어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한다.
국내 대표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인 한국콜마는 지난해 국내 화장품 기업 중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의 수출입 비즈니스 컨설팅 기관(BPC·Business Point Consultancy)과 손잡고 중동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CJ올리브영도 최근 UAE를 거점으로 삼고 자체 색조화장품 브랜드 위메이크(WEMAKE)의 중동 수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일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에서 만난 한상근 한국콜마 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자국 화장품 브랜드를 갖고 싶어 하는 UAE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며 "한국콜마는 중동의 건조한 기후에서도 피부를 보호해 주는 기초 화장품인 더마화장품(약품과 일반 화장품을 접목한 기능성 화장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의 중동 첫 진출 품목이 기초 화장품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중동에서는 히잡, 니캅 등으로 여성들이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경우가 많아 아이라이너 등 눈 화장 중심의 색조 화장품이 기초 화장품과 비교해 시장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 부원장은 그러나 기초 화장품이야말로 중동의 사회 변화 흐름에 맞춰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네옴시티 등 초대형 개발 이슈가 이어지고 있는 중동에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바깥 사람들이 오가고 그에 따라 기초 화장품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부원장은 "미국의 중동 규제 완화, 중동에서의 한류 열풍에다 몇 년째 이어지는 중동 여성들의 히잡 벗기 운동도 화장품 시장 진출의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여기다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단순 보습 기능을 넘어 피부 개선 효과까지 볼 수 있는 더마화장품 시장이 눈에 띄게 커진 것도 중요한 요소다.
더마화장품은 피부 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의 합성어로, 의약품과 일반 화장품을 접목한 기능성 화장품을 뜻한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피부질환에 처방해 주는 화장품이라는 의미로 '약국 화장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국콜마가 만든 대표적 더마화장품으로는 2012년 출시한 닥터자르트의 세라마이딘이 있는데 피부 장벽 강화에 도움을 주는 '세라마이드' 성분을 제품 이름에서부터 내세워 더마화장품의 시초 격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적으로도 더마화장품 시장은 커져 미국 시장조사업체 P&S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더마화장품 시장이 연평균 6.5% 성장, 2024년에는 763억 달러(약 99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부원장은 "코로나19 3년 동안 마스크를 쓰느라 예민해진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 안성맞춤인 더마화장품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대표 더마화장품을 제조·개발해 온 한국콜마도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중동에서도 피부 보습 위한 더마화장품 수요 커진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3월 기능성 펩타이드 소재와 신약을 개발하는 노바셀테크놀로지와 손잡았다. 펩타이드는 단백질보다 더 작은 아미노산이 50개 정도 연결된 물질로 종류에 따라 몸 안에서 염증 방지, 세포 활성화, 세포 생성 촉진 등을 수행한다. 한국콜마는 스킨케어용 펩타이드 후보 물질을 활용해 가려움증이 나아지는 데 도움을 주는 더마화장품을 만들기로 했다.
한 부원장은 "히잡·니캅으로 얼굴을 가리는 중동 여성들은 그동안 로레알 등 몇몇 외국 화장품 브랜드만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제로 베이스나 다름없다"며 "피부 보습을 중심으로 한 더마화장품 수요가 중동에서도 커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콜마가 더마화장품를 보내면 UAE BPC는 자체브랜드(PB) 화장품 브랜드를 입혀 중동 곳곳에 유통할 예정이다.
중동 시장은 인도네시아 등 또 다른 할랄 시장 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콜마는 할랄 보증 시스템을 마련하고 UAE BPC 측과 샘플을 공유하며 협의 중이다. 할랄 인증을 받으면 중동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 10억 명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시장도 공략 가능하다.
35색 파데, 진공펌프형 용기까지... '원스톱 생산'
한국콜마는 올해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2021년 전 세계 인종 피부색에 맞춰 35개 종류의 색상과 밝기 선택이 가능한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북미,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향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가마다 기후 환경, 문화, 트렌드에 따라 좋아하는 냄새가 달라 현지에서 선호하는 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중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국내 화장품 용기 시장점유율 1위 업체 연우를 인수했다. 연우는 국내 최초로 화장품용 디스펜서 펌프를 국산화하고 외부 공기 유입을 완벽히 막아 용기 내 내용물 산화를 막는 '에어리스 펌프'를 국내에서 처음 상용화했다. 또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용기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콜마는 연우 인수로 화장품 사업의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친환경 용기 화장품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다.
한 부원장은 "한국콜마의 강점은 다양성"이라며 "대중적 화장품부터 프리미엄 화장품까지 고객사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줄 수 있는 데다 화장품 용기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장점을 글로벌 시장에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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