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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카 커피의 고향 [커피로 떠나는 세계 여행]

입력
2023.02.14 20:00
수정
2023.02.14 20:5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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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순
윤오순에티오피아커피클럽 대표

편집자주

싱글오리진? 가공방법? 컵 노트? 커핑 점수? 품종? 제일 비싼 커피? 제일 저렴한 커피?.... 첫 방문한 카페에서 내게 맞는 커피를 골라내는 방법에는 각각의 인문학적 의미가 담겨있다. 4주마다 세계의 다양한 커피 이야기를 인문지리학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에티오피아 커피 수확철 풍경 ⓒ윤오순

에티오피아 커피 수확철 풍경 ⓒ윤오순

에티오피아(Ethiopia)의 정식 국명은 에티오피아 연방민주공화국. 인구 규모는 약 1억1,000만 명 정도로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많다. 에리트레아, 지부티, 수단, 남수단, 케냐, 소말리아와 이웃이고, 바다가 없는 내륙국이다.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국가라 멀게 느껴지지만 인천공항과 볼레공항을 오가는 직항 노선이 있다. 한국과 시차는 6시간. 영국이나 프랑스 등 강대국의 식민지 경험이 없어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자국 문자를 가지고 있고, 음식이나 종교, 건축 등 전통문화를 잘 유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에티오피아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데 한국전쟁 당시 지상군을 약 6,000명 이상 파병했고,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는 전쟁이 끝나고 돌아간 병사들과 그 후손들이 사는, '코리아 사파르'라는 곳이 있다. 이런 인연으로 우리 정부의 원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 사무소가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설립되어 운영 중이다.

커피 체리 ⓒ윤오순

커피 체리 ⓒ윤오순

에티오피아가 한국에 많이 알려진 또 다른 이유는 커피다. 상업적으로 유명한 커피 품종으로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있는데, 아라비카 커피의 고향이 바로 에티오피아이다. 커피 생산량 규모는 전 세계 5위,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는 1위다. 카파, 짐마, 구지, 시다마, 이르가짜페('이르가체페' 혹은 '예가체프'라고 부르는 곳), 하라르('하라'라고 부르는 곳) 등에서 고품질 커피가 생산되고 있고, 한국에도 많이 수입되고 있다. 매년 10월부터 그다음 해 2월이 커피 수확철이며, 1월과 2월에는 커피 가공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기라서 전 세계 커피 바이어들이 에티오피아를 많이 방문한다. 요즘은 커피 사업을 하는 사람들 이외에도 커피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커피 수확철에 에티오피아를 많이 방문한다.

커피 생산 역사도 오래되었고, 커피 음용 역사도 오랜 에티오피아에서는 바깥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커피 문화가 많다. 대표적인 게 커피 세리머니. 동아시아의 다도(Tea Ceremony)처럼 커피를 마실 때 세리머니를 즐긴다. 커피를 물에 씻어서 볶고, 분쇄하고, 추출하는 전 과정을 한자리에서 즐기며 커피를 마시는데 이때는 남녀노소, 종교의 차이, 신분의 차이도 없다. 에티오피아 성인은 커피 세리머니를 통해 보통 한자리에서 석 잔의 커피를 마시며, 대개 하루 세 차례 이상 즐긴다. 이런 커피 문화 덕분에 커피 생산국 중에 드물게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소비하고 있다.

커피 세리머니 ⓒ윤오순

커피 세리머니 ⓒ윤오순

에티오피아에는 커피 문화의 발상지답게 현지에서 커피를 부르는 이름이 많다. 공용어인 암하라어로는 커피를 '분나'라고 부르지만, 종족에 따라 부나, 부노, 카흐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생두(볶지 않은 커피)를 수출하는 국가라서 현지에서 이를 부를 때는 '뜨레 분나'라고 부르고, 마시는 커피는 '미따따 분나'라고도 부른다.

팬데믹 기간 에티오피아에 방문하지 못했다. 그래서 모처럼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커피 수확철에 맞춰 에티오피아에 체류 중인데, 새로운 카페가 많이 생겼고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디저트와 커피 메뉴들도 눈에 많이 띈다. 그중 인상적인 메뉴가 커피와 차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시나몬을 첨가한 '스프리스'와 커피 허스크(Husk)로 만든 음료인 '카스카라'. 커피 허스크는 건조(Natural) 방식으로 가공한 커피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카스카라는 따뜻하게 마시면 연한 대추차 혹은 대추야자 맛이 나는데 탄산수와 얼음을 넣으니 청량감과 함께 독특한 풍미가 올라온다. 매일 새 카페에 들러 디저트도 먹어보고 커피 메뉴도 먹어보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메뉴도 에티오피아에서 탄생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국도 그렇지만 에티오피아에서도 팬데믹 3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희망을 안고 준비한 사람들은 밀려오는 커피의 다양한 파도 위에서 맛의 서핑을 즐긴다.

윤오순 에티오피아커피클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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