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가격 13주 연속 하락
국제유가, 유류세 인하 시작 때와 비슷
인하 폭 단계적 축소 가능성 커져

1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L당 휘발유·경유 가격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한때 L당 2,000원을 뛰어넘었던 휘발유·경유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아 가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국제유가가 유류세 인하를 시행한 시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3일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L당 1,578.61원, 경유는 1,632.78원이다. 경유 가격은 13주 연속 하락세다. 휘발윳값은 연초 이후 소폭 상승했으나 L당 2,100원을 넘겼던 지난해 6, 7월과 비교하면 약 25% 빠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2023년 상반기 탄력세율 운용 방안’을 통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4월 말까지 연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1월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은 축소(37%→25%)했고, 경유는 현행 수준(37%)을 유지했다. L당 휘발유·경유 가격 격차가 200원대(지난해 11월)에서 50원대로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2021년 11월 당시 국민 부담 완화를 내걸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으나, 국내 기름값은 이미 그 당시 수준으로 내려왔다. L당 휘발윳값은 그해 11월 둘째 주 가격(1,806.98원)보다 오히려 낮고, 경유는 유사한 수준이다.
국내 유류 가격의 선행지표인 국제유가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유류세 인하 도입 당시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던 국제유가는 이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20달러까지 돌파했다. 그러나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 중반(86.39달러·10일 기준)까지 다시 내려왔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미 8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가 안정에 따라 유류세 인하를 유지할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은 오는 4월 유류세를 환원시키기보다 인하 폭을 줄이며 연장하는 ‘출구 전략’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세수 손실도 유류세 인하 폭 조정을 고려하는 요인이다. 유류세 인하 등으로 지난해 걷은 교통세는 5조5,000억 원 줄었다. 보유세 등 감세 정책으로 세수 부족 우려가 커지는 마당에 계속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국가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길 수 있어서다. 국회입법조사처 황인욱 입법조사관은 “유류세 인하는 비교적 단기간 내에 물가 상승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나 세수 감소뿐 아니라, 대기오염 등 부정적 외부효과를 높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류세 인하 조치가 축소·종료될 경우 경기부양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단 점은 경제 살리기에 나선 정부엔 부담이다. 러시아의 감산 결정과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올해 하반기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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