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남은 '2단계 시세조종' 시기 계좌 활용
유죄 인정된 불법 거래에 김 여사 계좌 7번 동원
김 여사 시세조종 인지 여부가 향후 쟁점 될 듯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시세조종 '선수'들의 1심 판결문에 김건희 여사 모녀의 실명이 60차례 넘게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시세조종 2단계' 범행에 김 여사 모녀 명의 계좌가 수차례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2단계 불법 통정·가장매매 7번이 김건희 계좌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권 전 회장과 '선수' 김모씨 등 2단계(2010년 9월 24일~2011년 4월 18일) 범행 시기에 총 24건의 통정·가장매매 의심거래가 있었으며, 재판부는 이 중 18건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18건 가운데 김 여사 계좌가 7차례, 김 여사 모친인 최모씨 계좌가 1차례 활용됐다고 봤다.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을 재판에 넘기며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 5단계에 걸쳐 이뤄졌다고 보고, 이 기간을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묶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세조종을 주도한 '주포'가 이모씨에서 김모씨로 바뀌면서 주가조작 패턴 등이 달라졌다며 2단계 초기에 해당하는 2020년 10월 21일 이후 범행에 대해서만 유·무죄를 따지기로 했다. 1단계 기간인 2009년 12월∼2010년 9월과 2단계 초반인 2010년 9∼10월은 공소시효(10년)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1단계 주포 이씨는 형사처벌을 피했지만, 2단계 이후 주포로 나섰던 김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08년 12월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했으며, 이후 총 6개 계좌를 통해 주식을 매매했다고 봤다. 최씨는 2개 증권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재판부는 "1단계와 2단계에서 연속적으로 (거래가) 위탁된 계좌는 최씨와 김 여사 명의 계좌 정도"라며 "이 가운데 최씨 명의 계좌는 권 전 회장이 차명으로 이용하고 있던 것이고, 김 여사 명의 계좌는 주포가 변경됨에 따라 권 전 회장을 통해 재차 위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건희 계좌 시세조종에 이용된 것으로 인정
법원은 기소된 피고인 9명 중 유일한 '전주'였던 손모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계좌 주인으로서 직접 거래를 통해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일부 매수 주문이 고가로 매수되거나 우연히 통정매매로 분류됐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주가조작 세력의 지시나 연락을 받고 거래한 게 아니라 본인 판단으로 거래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을 통해 김 여사의 경우 주가조작 일당을 통해 계좌가 범행에 동원됐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재판부는 2010년 10월 28일 "잠만 계세요 지금 처리하시고 전화 주실 듯"이라는 문자가 피고인들 간에 오간 뒤 곧바로 김 여사 증권계좌에서 10만 주 매도 주문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해당 계좌는 시세조종에 이용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계좌가 이용될 때 김 여사가 이를 인지했는지 여부가 향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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