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무하마드 유누스 의장 대담]
유누스 의장 "시스템이 빈곤 발생시켜"
오 시장 "그라민 은행 혁신 사례, 해법 모색하겠다"
'약자와의 동행'을 민선 8기 화두로 내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무하마드 유누스 '유누스 재단' 의장을 만났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유누스 의장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대출을 통해 빈곤 탈출에 기여한 업적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날 대담은 유누스 의장의 경험을 서울시의 약자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담 시작과 함께 빈곤을 화두로 던진 유누스 의장은 빈곤의 원인을 사회적 시스템에서 찾았다. 그는 "빈곤은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불합리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충분한 인프라를 가진 서울시만의 시스템이 정착한다면 부의 분배가 많은 이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스템을 강조한 유누스 의장은 "상위 5%에 집중된 부를 하위 95%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핵심"이라며 "탄소 배출과 실업, 부의 집중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누스 의장이 평소 강조하는 '스리제로(Three Zero)' 중에서도 부의 집중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그가 설립한 그라민 은행을 예로 들며 "금융제도 접근이 어려운 젊은 세대와 가난한 이들에게 (서울시 지원금을 통해)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를 해야 한다"며 "꼭 이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만들 수 있게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도 "그라민 은행은 가난한 이들의 생계 해결에 그치지 않고, 개인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안심소득에 더해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다면 무담보 대출 부분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방글라데시 모델을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고 한국형 그라민 은행이 모색된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누스 의장은 젊은 세대를 위한 투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이 시장의 생각을 통해 상상력과 영감을 얻고, 젊은 세대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더 큰 비전을 제시하는 행동력이 필요하다"며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젊은 세대들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일어설 수 있도록 소액대출을 해 주는 방안을 비롯해 정책뿐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고 확장된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누스 의장은 1976년 그라민 프로젝트를 통해 빈곤층의 무담보 소액대출 실험을 시작했고, 1983년 그라민 은행을 설립해 이를 도약시켰다. 이후 빈곤퇴치 등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 치타공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일하던 무하마드 유누스가 1983년 설립했다. 그라민(Grameen)은 벵골어로 시골 또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그라민 은행은 누구든 돈을 빌릴 수 있는 무보증ㆍ무담보 소액 신용대출인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그라민 은행은 현재까지 약 1,000만 명이 소액대출을 받았고, 이 중 60% 이상이 빈곤층에서 벗어났다. 대출금은 외부 지원이나 기부금 등을 받지 않고 은행 회원들의 예금으로 충당한다. 상환율은 약 9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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