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 사실상 마지막 태극마크를 단 SSG 간판 타자 최정(36)은 표정이 어두웠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아 극도의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대표팀에 ‘전문 3루수’는 최정 딱 한 명인데다가, 대표팀에서 부진한 기억도 많다. 또한 시동이 늦게 걸리는 ‘슬로 스타터’라 걱정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고,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비장했다.
최정은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의 SSG 스프링캠프 장소인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WBC에서 정말 잘하고 싶다”며 “예전에는 황재균(KT)과 허경민(두산)이 있었지만 이번엔 나 혼자니까 대표팀에 뽑힌 것에 대해 보답을 해야 된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리 부상으로 빠진 허경민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최정은 취재진에게 “(TV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봤는가”라고 물은 뒤 “잘 치고 전력으로 뛰고 그래서 ‘허리 아픈 애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다.
대표팀에는 메이저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도 3루수로 뛸 수 있지만 이강철(KT) 대표팀 감독은 최정을 주전 3루수, 김하성-에드먼을 키스톤 콤비로 구상하고 있다. 최정은 “단기전은 컨디션 좋은 선수가 나가야 하는데, 3루수는 혼자라 내가 못 뛰면 팀에 도움이 안 된다”며 “멀티 포지션이 되면 내야 백업이라도 가면 되는데 3루수만 가능한 ‘원 포지션’이다. 대타도 나보다 잘 치는 강백호(KT)가 있다”고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WBC 개막전은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치러지는 3월 9일 호주전이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뛰어본 적이 많지 않아 평소보다 신경 써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서두르다 보니 손목 등에 통증이 생겼다. 최정은 “타격, 수비, 주루 전부 다 신경을 쓰고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리려고 하다 보니 아픈 곳이 생기고, 스트레스다. 가뜩이나 시범경기 때 많이 못했는데, 또 못할 까봐 걱정이다.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정말 잘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묻어져 나오기에 한 마디, 한 마디는 묵직하게 느껴졌다. 최정은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며 “사활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WBC는 최정이 2009년 2회 대회 당시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준우승을 경험한 무대다. 그는 “2009년 대회 당시 결승전까지 가서 좋은 기억밖에 없고 설레기도 하는 대회”라며 “다만 2013년 대회는 예선에서 탈락해 경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허무하긴 했다”고 돌아봤다.
팀 동료 최지훈(26)이 구단 반대로 무산된 최지만(피츠버그)의 대체 선수로 발탁된 것도 기분 좋은 소식이다. 최정은 “대표팀에 혼자 가면 외롭다”며 “김광현도 가지만 투수라서 야수와 일정이 다르고 거의 못 본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도 자리에 나 혼자 앉아 있는데, 키움 선수들은 여러 명이 앉아 있는 걸 보고 너무 부러웠다”며 “대표팀 발탁 후 최지훈에게 건넨 첫 마디도 ‘매일 나랑 같이 다니자. 나 좀 잘 챙겨라’고 했다. 그러니 ‘매일 가겠다’고 답을 하더라”고 반색했다.
어느덧 19번째 시즌을 맞는 최정은 올해 39홈런을 치면 467개로 통산 홈런 1위인 이승엽 두산 감독을 제치고 통산 홈런왕이 된다. 지난 5년간 홈런 생산 페이스(평균 31.6개)를 볼 때 내년쯤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도 “올해는 쉽지 않을 것 같고, 내년에 깨야 한다”며 “못 깨면 안 될 수치”라고 했다.
그렇다고 통산 홈런 1위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이승엽 감독님 기록은 해외에서 기록한 홈런이 빠졌다. ‘넘사벽’이다. 그래서 항상 2위라고 생각한다”며 “진짜 욕심 나는 건 연속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다. 은퇴할 때까지 계속 내 기록(17시즌 연속)을 경신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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