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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구글 AI 혈투에... '은퇴한 전설'들까지 재등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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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구글 AI 혈투에... '은퇴한 전설'들까지 재등판했다

입력
2023.02.13 15:58
수정
2023.02.13 16:3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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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실리콘밸리의 영광을 쌓아올린 '전설의 창업자'들이 다시 등판했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주도권 확보를 두고 벌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경쟁에서, 경영 2선으로 물러섰던 양사 창업자들이 잇달아 지원사격에 나선 것. 자신들이 만든 회사의 명운이 AI 챗봇 경쟁에 달려있다고 판단한 이들은 적극적으로 자사 AI 챗봇의 장점을 홍보하거나 직접 개발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지난달 호주 멜버른에서 호주 오픈 테니스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지난달 호주 멜버른에서 호주 오픈 테니스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빌 게이츠, 챗GPT 치켜세우며 "난 MS 편"

"인터넷 발명만큼 중대한 발명이 될 수 있다."

MS를 창업한 게이츠는 10일(현지시간)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대담에서 생성형 AI 챗봇 등장의 의미를 이렇게 평했다. 그는 읽고 쓰는 것에 더해 '이해하는 것'까지 가능해진 AI가 "현시점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며 "챗GPT 같은 새 프로그램은 특히 청구서나 서신 쓰는 일을 도와 사무실 업무를 더 효율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MS와 구글이 하루 차이로 검색 엔진과 AI 챗봇의 결합을 발표한 데 대해 "(두 회사가) 이 분야를 리드하기 위해 경쟁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난 한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말하며 당연히 MS를 응원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1975년 MS를 공동 창업한 게이츠는 2000년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25년간 MS를 이끌었다. 2020년 이사 자리까지 내려놓으며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그가 MS에 힘을 보태준 것은 그만큼 MS가 중대 분기점을 맞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과거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를 묻는 질문에 "구글에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출시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인수를 저지하거나 안드로이드보다 발빠르게 OS 시장을 장악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모바일 OS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한탄이었다. 이런 뼈아픈 기억이 있는 게이츠로선 챗GPT를 이용해 구글에 설욕할 기회를 노리는 셈이다.

구글을 공동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왼쪽), 래리 페이지. AP 연합뉴스

구글을 공동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왼쪽), 래리 페이지. AP 연합뉴스


구글 창업자 브린, 개발상황 직접 챙기나

오픈AI(챗GPT 개발사)의 선제공격으로 AI 선도자에서 추격자로 전락한 구글은 두 창업자 페이지와 브린에게 아예 구조요청(SOS)을 보냈다. 페이지와 브린은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챗GPT가 출시 1주일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끌어들이는 등 돌풍 조짐을 보이자, 순다 피차이 구글 CEO의 요청으로 몇 차례 전략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브린은 지난달 아예 람다(LaMDA)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접근권까지 요청했다고 한다. 람다는 구글이 출시를 예고한 AI 챗봇 바드(Bard)의 기초가 되는 AI 언어 모델이다. 브린이 구글에 정보 접근권을 요청한 건 3년여 만으로, 자신이 직접 개발 상황을 챙겨야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I 경쟁, 결국은 MS·구글의 싸움"

테크업계에선 은퇴한 창업자까지 재등판시킨 AI 전쟁은 앞으로도 MS와 구글의 양자대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AI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시스템 자체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②실수와 오류를 최소화해 이용자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만들 데이터, 인력, 경험 측면에서 두 업체가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붐은 MS와 구글을 훨씬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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