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 상수도관 밸브 닫힘 사고
일부 지역 수돗물 넘쳐 물바다로
"가뭄 때문에 절수하라더니" 분통
광주광역시가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형 정수장에서 상수도관 밸브 닫힘 사고가 발생해 수돗물 수만 톤이 버려졌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물을 아껴 쓰지 않으면 5월에 제한 급수가 불가피하다"며 절수 운동 동참을 독려했던 광주시를 비판했다.
광주시 남구와 서구, 광산구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덕남정수사업소에서 정수지 유출 밸브 사고가 터진 것은 12일 오전 3시 30분쯤. 이날 사업소 내 원격 통신망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이 발생하면서 정수지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직경 180㎝짜리 송수관 유출 밸브가 닫혔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사고 직후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유출 밸브 구동기가 침수되면서 수동으로 밸브를 열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1994년 덕남정수사업소 개소 당시 설치된 밸브가 녹이 슬고 노후한 탓이었다. 이로 인해 덕남정수사업소와 주변은 물바다가 됐다. 실제 정수된 물이 수도관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정수장 밖 도로와 주택지로 넘쳐흘렀다. 정수지는 깨끗하게 정수된 물을 염소로 소독한 후 배수지나 수용가에 공급하기 위해 일시 저장하는 곳이다.
광주시는 1일 44만㎥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덕남정수사업소 배수지 수위가 낮아지자 오후 1시 서구·남구·광산구 일원에 수돗물 공급을 중단했다. 오후 2시부터는 북구 일대 병원과 아파트 등에서도 자발적 단수 조치에 들어갔다. 상수도관 교체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녹물과 흙탕물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광주시는 사고 발생 15시간여 만인 오후 6시 20분쯤 유출 밸브를 여는 데 성공했다.
갑작스러운 단수 소식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남구 진월동에 사는 이모(48)씨는 "광주시가 급수 중단 소식을 1시간여 전에 안내해 황당했다"며 "부랴부랴 빨래하고 생수를 구입하는 등 때아닌 소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고모(57)씨는 "시민들은 물을 아껴 쓰고 있는데, 광주시는 수도시설 관리도 제대로 안 했던 것이냐"며 "이번 사고로 제한 급수 일정이 앞당겨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광주시의 뒷북 대책도 도마에 올랐다. 광주시는 이날 사고 발생 14시간 만에 강기정 시장 주재로 사고 수습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시민들은 "대형 사고가 터졌는데 반나절이 훨씬 지난 뒤에야 대책회의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수돗물 시설 관리도 사고 수습도 빵점"이라고 꼬집었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가뭄 속 물 절약 운동을 하던 중에 이런 사고가 터져 면목이 없다"며 "송수관로 내 흐린 물을 빼는 작업을 거쳐 13일 0시쯤이면 수돗물을 재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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