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금고지기' 태국서 송환...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받아
송환 후 수원지검으로 이동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금고지기'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가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뉴시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금고지기'로 지목된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가 11일 국내로 송환됐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관리하던 자금 중 북쪽으로 넘어간 게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로 대납된 게 있나'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공항을 빠져나와 준비된 검찰 차량을 타고 수원지검으로 향했다.

태국 방콕을 떠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김씨의 체포영장을 집행한 검찰은 수원지검에 도착하는 대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씨를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오는 12일 김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성태 전 회장의 매제인 김씨는 쌍방울그룹과 김 전 회장 재산을 관리하는 ‘금고지기’ 역할을 하며 계열사 간 자금 흐름을 꿰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지난해 5월, 김 전 회장과 함께 해외로 도피했다가 태국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당초 국내 송환을 거부했던 김씨는 지난 7일 현지 법원에 ‘불법체류자 신분을 인정한다’는 의견서를 내고 벌금 4,000바트(약 15만 원)를 냈다.

검찰이 김씨 신병을 확보하면서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 "자금 흐름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김씨가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씨를 통해 △대북송금에 사용된 800만 달러(약 98억 원) 조성 경위와 흐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진위 여부를 규명할 계획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