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2차 출석]
대장동?위례신도시 관련 배임 등 혐의
李 "유검무죄 무검유죄" 현 정권 맹비난
진보·보수 집결 ‘정치탄압’ vs ‘구속수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민생에는 무심한 정권이 정치검찰을 총동원해 정적 죽이기에 칼춤을 추고 있다"며 현 정권을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장동ㆍ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 엄희준·강백신)는 이날 업무상 배임·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옛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이 대표는 2010~2018년 성남시장 재직 시절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등 민간 사업자에게 내부 비밀을 누설해 개발 관련 특혜를 주고,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는다.
이 대표는 오전 11시 23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정문 쪽으로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했다. 당초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11시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차량 정체로 길이 막히면서 늦어졌다.
이 대표는 1층 현관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A4용지 4장 분량(약 1,800자)의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침체된 경제 상황과 민생 문제를 언급하는 도중, "이재명 구속" "이재명 사형" 등의 구호가 이어지자 "다시 하겠다"며 준비된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경기악화 직격탄을 맞은 국민에게는 무심한 정권이 '이재명 죽이기’에만 힘을 쏟는다"며 "국민 불안과 고통 앞에 공정한 수사로 질서를 유지해야 할 공권력은 대체 뭘 하는 중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최근 뇌물 무죄 판결이 내려진 곽상도 전 의원 사건을 언급하며 검찰을 향한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유검무죄 무검유죄(有檢無罪 無檢有罪) 시대"라며 "이재명을 잡아 보겠다고 쏟는 수사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50억 클럽' 수사에 쏟았다면 이런 결과(무죄)는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든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달 30일 검찰의 2차 소환 통보에 "대선 패배자로서 부르시니 가겠다"는 입장을 냈던 이 대표는 이날 역시 "권력의 하수인이던 검찰이 권력 그 자체가 됐다. 승자가 발길질하고 짓밟으니 패자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을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특히 "많이 억울하고 많이 힘들고 괴롭다"며 "지금처럼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소환은 회술레(과거 죄인의 얼굴에 회칠을 한 후 사람들 앞에 내돌리던 일) 같은 수치"라고 토로했다. 그는 "저의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라며 "서면진술서로 모든 진술을 갈음하겠다"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일대는 이 대표 지지단체와 반대세력 시위로 이른 시간부터 혼란을 빚었다. 민주시민촛불연대 등 이 대표 지지단체는 서울 지하철 3호선 교대역 인근과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중앙지법 사이에서, 반대 단체는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인근에서 각각 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 차량이 들어온 동문 앞에서도 지지·반대 집회 참여자들이 "이재명 구속" "정치검찰 규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대표가 청사 앞에 도착한 뒤에는 보수 성향 유튜버로 추정되는 남성이 "이재명 구속"을 외치다 직원과 경찰에게 제지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양측 충돌에 대비해 검찰청사 인근에 기동대 30개 중대 2,700명을 투입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이 대표의 입장문 전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입장문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권력은 오직 국민만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사명입니다. 무역수지는 IMF 이후에 11개월 연속 적자이고, 경상수지는 1년 만에 3분의 1토막 나고 11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국제경제기구들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을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바닥을 알 수 없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경기악화의 직격탄을 국민에게 돌리며 각자도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물가부터 금리, 기름값까지 월급 빼고 다 오릅니다. 전기, 수도, 난방비 이런 폭탄 때문에 목욕탕 주인은 폐업을 고민하고, 이용자들은 집에서 빨래를 가져와서 목욕탕에서 몰래 빨래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기막힌 일이 2023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비참하고 참담합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민생에는 무심한 정권이 정치검찰을 총동원해서 정적 죽이기, 전 정권 지우기에 칼춤을 추는 동안에 곳곳에서 국민들의 곡소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만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어렵게 집을 구한 지 한 달 만에 전세사기를 당한 사회초년생, 보증금을 전부 날리게 생겼는데 임대인까지 사망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신혼부부, 보증금을 지키겠다고 임대인 세금을 대신 내러 다니는 피해자들까지. 치솟는 대출이자 걱정에 제2, 제3의 빌라왕을 만나지 않을까 밤잠 설치는 국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합니다.
국민의 불안과 고통 앞에 공정한 수사로 질서를 유지해야 할 공권력은 대체 뭘 하는 중입니까? ‘유검무죄 무검유죄’ 시대입니다. 곽상도 전 검사의 50억 뇌물의혹이 무죄라는데 어떤 국민들이 납득하겠습니까?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쏟아붓는 수사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50억 클럽' 수사에 쏟아 넣었다면 이런 결과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어떤 청년은 주 150시간을 노예처럼 일해도 먹고살기조차 팍팍한데, 고관대작의 아들 사회초년생은 퇴직금으로 50억을 챙깁니다. 이게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공정입니까? 평범한 청년들의 억장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이재명 죽이자고 없는 죄 만들 시간에 전세 사기범부터 잡으십시오. 벼랑 끝에 내몰린 민생을 구하는데 힘을 쏟으십시오. 벌써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 소환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남FC 사건은 아직까지 뚜렷한 물증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연조사에 추가조사 논란까지 벌어진 두 번째 소환 이후에도 검찰에 조종되는 궁박한 처지에 빠진 이들의 번복된 진술 말고 대체 증거 하나 찾아낸 게 있습니까? '김성태 전 회장만 송환되면 이재명은 끝장날 것이다' 이러면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마구 부풀리더니 김 전 회장이 구속되었는데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공평무사해야 할 수사권을 악용해서 온갖 억지 의혹을 조작하더니 이제는 해묵은 북풍몰이 조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많이 억울하고 많이 힘들고 많이 괴롭습니다. 지금처럼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이 공개소환, 회술레 같은 수치입니다. 그렇지만 제 부족함 때문에 권력의 하수인이던 검찰이 이제 권력 그 자체가 됐습니다. 승자가 발길질하고 짓밟으니 패자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제 업보로 알고 감수하겠습니다. 국민들의 삶은 하루하루 망가져 가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겠습니다.
권력이 없다고 없는 죄를 만들고, 권력이 있다고 있는 죄도 덮는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검사독재정권에 결연히 맞서겠습니다. 거짓의 화살을 피하지 않고 진실의 방패를 굳건하게 믿겠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민생을 챙기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전쟁의 위험에서 평화를 지키겠습니다. 주어진 소명과 역할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일각일초 허비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밤을 지나지 않고 새벽에 이를 수 없습니다. 유난히 깊고 긴 밤을 건너는 지금 이 순간 동트는 새벽이 반드시 올 것으로 믿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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