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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 배우는 마음의 진화

입력
2023.02.10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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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후생동물'

피터 고프리스미스 호주 시드니대 교수. 도서출판 이김 제공

피터 고프리스미스 호주 시드니대 교수. 도서출판 이김 제공

인간의 정신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난 걸까. 정신은 신체의 어느 부분에 존재하는 걸까. 마음과 정신의 비밀을 풀기 위해 과학철학자이자 호주 시드니대 교수로 재직 중인 피터 고프리스미스는 바다로 향한다. 책의 제목인 후생동물은 단세포 생물인 원생동물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간이 포함되지만 흔히 인간을 제외한 동물을 지칭할 때 쓴다.

숙련된 스쿠버 다이버인 저자는 전작 ‘아더 마인즈’에서 문어를 통해 의식의 기원을 탐구한 데 이어 속편 격인 이 책에서 우리 곁의 후생동물을 통해 동물의 역사, 생명의 작동 방식 그리고 동물됨이라는 철학적 논제를 탐구하며 논의를 확장해 나간다. 철학의 관점으로 과학을 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철학을 하는 책이다.

후생동물·피터 고프리스미스 지음·박종현 옮김·이김 발행·464쪽·2만2,000원

후생동물·피터 고프리스미스 지음·박종현 옮김·이김 발행·464쪽·2만2,000원

고프리스미스 교수는 정신은 신체의 작용 자체라고 보고 정신 또한 신체와 함께 점진적으로 진화했다고 확신하며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얼핏 식물이나 무생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해면동물에서 절지동물, 갑각류, 두족류, 척추동물 등의 감각과 반응, 동작을 통해 정신의 진화가 이행된 흔적을 찾는다.

저자는 해면동물이나 산호 같은 동물이 인간보다 단순하다고 해서 더 원시적인 동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인간과 같은 진화의 시간을 겪어온, 우리의 조상이 아닌 사촌들이라는 것이다. 주체성을 지닌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 사이의 선이 확실치 않다고도 말한다. 저자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또 다른 질문을 던지며 우리 주변의 동물과 그들의 정신에 대해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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