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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시술이 무서워요"… 바닷가 VR 체험으로 불안감 줄여

입력
2023.02.09 17: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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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내시경 시술을 받기 전 수검자에게 차분한 분위기의 가상 현실(VR) 화면을 보여주면 불안감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위 내시경검사 등이 늘면서 위장 질환 치료를 위한 내시경 점막 절제술, 내시경 점막 박리술 같은 내시경 시술도 증가하고 있다.

외과적 절제 수술은 아니지만 검사 전 불안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수검자도 적지 않다. 이럴 때 내시경 검사 시 투여되는 진정 약물 용량을 늘리게 된다. 하지만 이는 저혈압ㆍ호흡 억제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선행 연구를 통해 VR 기술의 정신 건강 치료 효과를 확인한 박효진ㆍ김윤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내시경 시술에 앞서 VR을 통한 불안감 해소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20년 1월~2022년 4월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시술을 받은 40명의 환자를 각각 20명씩 내시경 시술 직전 VR에 노출된 그룹과 비노출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VR 노출 그룹에게는 정원ㆍ해변ㆍ자연의 소리와 함께 물속 장면을 특징으로 하는 3~5분 클립을 시술 직전 시청하게 했다.

이후 환자 나이ㆍ성별ㆍ과거력ㆍ시술 종류ㆍ시술 시간ㆍ투약된 진정 약물 용량을 조사했다. 또한 설문지를 통해 시술 전후 불안도ㆍ통증 정도ㆍ시술 만족도ㆍ진정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상태불안척도(STAI)가 45점 이상으로 불안이 심한 환자 비율이 비노출 그룹에서는 시술 직전 35%에서 50%로 증가한 반면, VR 노출 그룹에서는 오히려 10% 감소했다(P=0.007).

통증 점수와 시술 만족도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지만 진정제 만족도는 비노출 그룹(4.45±0.605)에 비해 VR 노출 그룹(4.85±0.366)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박효진 교수는 “내시경 시술 전에 불안감이 높아지면 생리적 스트레스가 늘어나 환자 만족도는 물론 회복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라며 “VR 같은 비약물적 도구를 사용하면 부작용은 줄이고,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VR의 진정 효과를 확인한 선행 연구 단계로, 이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라며 “앞으로 시술에 대한 환자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VR 시술 시뮬레이션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연세대 의대 종합 학술지 ‘YMJ(Yonsei Medi Journal)’에 실렸다.

박효진(왼쪽) 김윤아 교수

박효진(왼쪽) 김윤아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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