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8일 저녁 김일성광장서 열병식
美 본토 타격 가능한 ICBM 10여 기 행진
고체연료 ICBM, 전술핵운용부대도 등장
남측 겨냥 전술핵 탑재 단거리탄도미사일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괴물'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8일 열린 북한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 열병식 선봉에 섰다. '고체연료'를 장착해 한미 양국이 발사 전에 탐지·타격하기 어려운 신형 ICBM도 함께 등장했다. 대북 확장억제를 비웃듯 '전술핵운용부대'를 처음 공개하며 지난해 9월 선포한 '핵 선제 사용'이 엄포가 아니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9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전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장면을 공개해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항전 의지를 과시했다. 사진을 보면,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사거리 1만5,000㎞)되는 화성-17형이 단연 눈에 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탄도미사일이다.
특히 이동식발사차량(TEL) 4대에 실린 신형 ICBM 모형 추정 무기를 함께 선보였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번에 공개한 신형 ICBM은 지난해 12월 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 미사일에 비해 신속성과 은닉성이 뛰어나 한미 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무기에 속한다. 더구나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ICBM이라면 위협의 강도는 최고조에 달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해 고체연료 엔진실험 이후 ‘신형전략무기체계’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신형 ICBM은 9축(바퀴축 9개, 바퀴는 18개) 차량에 실려 공개됐다. 이동식 발사대의 바퀴 숫자가 최신 화성-17형은 11축, 그보다 앞서 개발한 화성-15형은 9축인 점에 비춰 외형상 화성-15형급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기보다는 궁극적으로 고체연료 ICBM급으로 개발하기 위한 모형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모형을 공개하고 이후 실제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 곧 완성될 무기체계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만 화성-17형을 7차례 쏘아 올렸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마치 미국을 향해 윽박지르듯 최소 10기가 넘는 꽤 많은 규모로 퍼레이드를 벌였다. 김 교수는 “(화성-17형 ICBM의) 완성도가 높고 이제 양산돼 실전 배치에 이르렀다는 의미”라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미 본토를 향해 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신 사무국장은 “지난해 영웅 칭호와 국가훈장 제1급을 수여받은 321번 이동식 발사대가 선두에 섰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핵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비롯해 다양한 공격무기도 열병식에 등장했다.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과 유사한 급의 4연장 단거리지대지미사일, 순항미사일을 탑재했다고 추정되는 5연장 이동식 발사대, 4연장 초대형 방사포(KN-25), 240㎜급으로 평가되는 방사포, 152㎜ 자주포, 신형 전차 등이 포착됐다.
북한은 그러면서 “강위력한 전쟁 억제력, 반격 능력을 과시하며 도도히 굽이쳐가는 전술핵운용부대”라고 강조했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KN-23과 초대형 방사포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화성-17형이 미국을 겨냥했다면, 이와 동시에 남한을 노린 핵 위협 카드를 꺼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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